"듣는다는 것, 정말 개인의 몫일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불편함을 넘어 한 개인의 교육, 사회적 관계, 경제 활동, 그리고 존엄한 삶 전체가 걸린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잠재적 난청 인구가 약 270만 명에 달하며 대한이과학회는 이 숫자가 2050년에는 700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는 '청력 위기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공식 등록된 청각장애인만 해도 약 43만 명으로 지체장애 다음으로 많은 두 번째로 큰 장애 유형입니다.
특히 보청기로도 듣지 못하는 고심도 난청인에게 '인공와우'는 세상과 소통할 유일한 희망입니다. 하지만 수술 후가 더 큰 문제입니다. 한쪽에 2,500만원, 양쪽에 5,000만원에 달하는 수술을 받고 나서도 인공와우의 핵심 부품인 외부 장치는 평균 10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입니다. 교체 비용은 2025년 7월 1대 기준 약 1,100만 원입니다.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에서 이 교체 비용을 요양급여로 수술받은 환자에 한하여 '평생 단 한 번'만 그것도 일부만 지원한다는 사실입니다. 11년째 낡은 기기를 쓰는 14살 청각장애 학생은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나고 소리가 끊겨도, 1,000만 원에 가까운 교체 비용이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 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장 난 기기를 낀 채 학교에 갑니다. 친구들이 "너는 왜 말을 못 알아듣냐"고 할 때마다 가슴에 상처를 입습니다. 또한, 10년 이상 사용한 기기의 배터리가 반나절도 가지 않아 수업 중에 전원이 꺼질까 봐 늘 불안에 떱니다. 이는 일부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많은 난청인들이 고장 난 소리의 창으로 세상을 보며 교육과 관계의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호주,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인공와우 외부장치를 소모성 기기로 인식하고 3~7년 주기로 교체 비용을 100% 지원하는 것을 표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의학적 필요성과 기술적 수명을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입니다. 반면, 대한민국은 '생애 1회'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직된 기준으로 국민의 '들을 권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19세 이상 성인은 두 귀 중 한쪽만 요양급여 적용이 됩니다. 우리의 귀는 두 개인데, 왜 성인이 되면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방향 감각과 소음 속 대화 능력을 반쪽만 보장받아야 할까요? 이는 성인에게는 양이(binaural) 청취가 불필요하다는 비과학적인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난청 방치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시한폭탄'입니다.
첫째, 난청은 치매 발병의 가장 큰 위험 요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적인 의학저널 'The Lancet'은 수정 가능한 12가지 치매 위험 요인 중 난청을 가장 큰 단일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으며, 전체 치매 사례의 8%가 난청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실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있을 경우 치매 위험이 경도는 2배, 중등도는 3배, 고도는 무려 5배까지 높아집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난청이 발생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기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연관성은 세 가지 주요 이유로 설명됩니다.
- 인지 과부하 : 청력이 저하되면 뇌는 불완전한 소리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로 인해 기억, 사고 등 다른 중요한 인지 기능을 수행할 자원이 부족해집니다.
- 뇌 위축 가속화 : 청각 자극이 줄어들면 소리 처리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측두엽 부위가 더 빨리 위축됩니다.
- 사회적 고립 :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대화를 피하게 만들고,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인 요인입니다.
둘째, 난청은 막대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합니다. 치료받지 않은 난청인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10년간 1인당 약 3,000만 원의 의료비를 추가로 지출하며, 병원 입원율은 50%, 우울증 위험은 40%, 낙상 위험은 약 30%나 더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청각장애인의 고용률을 전체 장애인 평균(34.9%)보다도 낮은 27.1%로 만드는 주된 원인입니다. 지금의 지원 부족은 결국 미래의 막대한 의료비와 실업 비용으로 우리 사회에 청구될 것입니다.
이는 '비용'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입니다. 더 늦기 전에 '한국형 청력 보장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1. '평생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 '생애 1회 요양급여 적용'이라는 비현실적 기준을 폐지하고, 선진국처럼 5~7년마다 인공와우 외부장치 교체를 건강보험으로 전면 지원해야 합니다. 이는 수천만 원의 초기 수술 효과를 유지하고, 아이들이 중단 없이 배우며, 성인들이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2. '보편적·형평적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 19세 이상 성인도 양쪽 귀 수술을 단계적으로 연령 확대하여 요양급여화 해야 합니다. 소음 속 대화 능력과 방향 인지 능력은 성인의 경제 활동과 안전한 일상생활에 필수적입니다. 나이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온전한 사회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생산 가능 인구를 유지하고 국가 재정 건전성에도 기여하는 길입니다.
3. '통합 관리 및 재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 기기 교체뿐 아니라 수술 후 기기 소리 조절(맵핑)과 현재 18세 미만에 집중된 언어·청능 재활치료, 그리고 배터리 등 필수 소모품까지 지원하여 '듣는 삶'을 온전히 지켜줘야 합니다. 고가의 수술이 평생 효과를 발휘하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들을 권리'는 모든 국민이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권입니다. 난청 지원 확대는 미래의 치매 관리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며, 생산인구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투자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공감과 지지가 누군가의 소리를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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