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반도체 개발 및 팹리스 업계 현황과 도전 과제
AI반도체 개발에 최소 수백억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면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은 고질적인 자금난에 직면해 있다.
대표 사례인 퓨리오사AI는 자금난으로 매각 논의가 있었으나, 이후 TSMC, 캐피탈 텐 등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매각 가능성이 낮아졌다.
그러나 팹리스 기업 대부분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23년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각각 160억, 601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AI 추론형 칩 시장 개화 지연과 엔비디아 GPU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주문량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2.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글로벌 경쟁 현황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나, 시스템반도체(특히 팹리스 분야)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620조 원(2023년 기준)으로 메모리(약 180조 원)보다 3배 이상 크지만,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2%를 장악하며 독보적 지위를 보이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대기업 고객사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시장 진출이 미흡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3. 주요 국내 팹리스 기업 및 생태계 현황
대표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는 리벨리온, 사피온, 퓨리오사AI가 있으며, AI 추론 특화 NPU 개발과 양산에 돌입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연내 합병을 통해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퓨리오사AI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는 텔레칩스가 완성차 업체에 인포테인먼트 앱(AP)을 공급하는 등 일부 영역에서 성과가 있다.
그러나 설계자산(IP), EDA(전자설계자동화), 디자인하우스, 후공정(OSAT) 등 생태계 전반과 장기 재정 지원 체계가 취약하다.
4. 정책 지원 및 산업 생태계 강화 과제
국내 팹리스 지원책은 분산되고 단기 성과 위주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자체 HBM 투자에 집중, 팹리스 지원 우선순위가 밀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팹리스 챌린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등 지원책을 마련 중이나, 실행력과 지역 간 협력에 난항이 있다.
공공 파운드리 설립(국가·민간 공동 설립)이 필요하며, 대만 TSMC의 50% 정부 지분 모델을 참고해 국내 팹리스 기업의 시제품 제작과 생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설계 검증 및 확인(V&V) 센터 설립과 고급 인력 양성(석·박사 확대, 교수 창업 활성화)이 시급하다.
팹리스 기업을 위한 맞춤형 세제 혜택 및 R&D 지원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5. 해외 사례 및 시장 동향
대만 TSMC는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테스트, 마스크 등 ‘파운드리 2.0’을 선언하며 종합 반도체 생산 서비스 확대 중이다.
미국 브로드컴은 맞춤형 ASIC 설계에 특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WS, 애플,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자체 AI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팹리스 기업 수는 3천여 개로 한국(약 150개) 대비 월등히 많으며, 중국은 공격적 투자와 우리 팹리스 기업 지분 인수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6. 국내 DSP(Design Solution Partner) 기업 및 맞춤형 설계 산업 육성 필요성
국내 DSP 기업(에이디테크놀로지, 코아시아,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에이직랜드 등)은 삼성전자, TSMC와 협력하며 맞춤형 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DSP는 빅테크의 자체 칩 개발 트렌드에 대응해 브로드컴과 같은 맞춤형 설계 사업 모델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DSP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실증 사업 확대, 생태계 조성, 글로벌 협력 강화가 요구된다.
국내외 테스트베드(예: 세종시 AI 시범사업)를 통한 실증 경험 제공과 산업기술평가원, 코트라 등 정부 기관을 통한 글로벌 협력 지원이 필요하다.
다수 기업 간 협력 체계 구축으로 칩 개발부터 검증, 출시까지 효율적 프로세스 마련이 절실하다.
7. 종합 정책 제언 및 미래 방향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 정책과 민간 협력이 시급하다.
대기업 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중소·스타트업 팹리스가 안정적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공공 파운드리 설립, V&V 센터 구축, 고급 인력 양성, 맞춤형 세제 혜택,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확충 등 다방면의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
팹리스 스타트업과 DSP 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면,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AI 시대에 맞는 첨단 반도체 설계 및 생산 역량 확보가 가능하다.
국가 안보 및 경제 전략 자산으로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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