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급속히 이동한, 세계사적으로도 유례없는 ‘인구 압축이동’을 경험한 나라입니다. 또 바로 이어 1990년대 이후 자동차 보급과 도시 인프라 확장으로 인해 군 단위 인구마저 중소도시나 수도권으로 재이주하며, 많은 지방은 급속한 공동화를 겪었고 현재는 지방소멸위기에 까지 처해 있습니다.
이 시기 이주한 50~60년대생, 이른바 ‘제2차 베이비붐 세대’는 이제 대부분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약 1,1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 집단으로, 지금 이들의 삶의 방향은 우리 사회의 구조와 활력을 크게 좌우할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들은 수도권에 대출을 낀 아파트 한 채, 차량 한 대, 그리고 소액 현금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를 처분하고 지방으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자녀가 수도권에 정착한 상황에서 주택을 처분하고 지방으로 이주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지방으로 이주를 위해 새 집을 매입하면 생활비가 부족해지고, 임대를 하자니 월세 부담은 연금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지방 정착을 희망하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이주 딜레마’ 상태에 놓이게 된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보다 여유롭고 공동체가 살아있는 지방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주비용과 주거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제 실행은 쉽지 않습니다. 연금 수입만으로는 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렵고, 은퇴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면 생활비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에 놓이게 됩니다.
이제는 이들의 움직임을 개인의 문제로만 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꾀하기 위해 **‘은퇴자 중심 인구 재배치 정책’**을 제안합니다.
1. 정착 희망 지역 내 스스로 주택마련 후 마련 비용 사후지원
은퇴 후 정착을 희망하는 지역에 스스로 주거 공간을 마련하게 하고 주거비 일부를 지원합니다. 짧은 시간 내 대규모 인구재배치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전액 부담하면 좋겠으나 여의치 않으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자부담하는 방안으로 설계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월세의 경우 연 500만 원 내외면 자부담 100만원, 중앙정부 200만원, 지방정부 200만원하면 되고, 전세의 경우 지방정부가 대출을 실행지원(어차피 나중 원금은 회수됨)하고 이자를 동일한 방식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면 됩니다. 이주를 위한 새로운 주택을 짓는 것이 아닌, 기존 지역 내 자산을 활용해 실질적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2. 수도권 자택은 자녀 세대가 활용 주택 수요 완화
이주자 본인은 지방으로 이주하고, 기존 수도권 주택은 자녀가 거주하게 하여 세대 간 부담을 완화합니다. 부모 세대는 ‘홀가분한 이주’가 가능해지고, 자녀 세대는 주거 문제 해결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혼 후 분가를 위해 새로운 주택을 마련할 수고 및 비용이 해결되는 데 큰 도움이 되어 결국 국가에게도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입니다.
3.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를 연계한 정착 유도
기존 지역 주민의 소외감이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를 연계합니다. 예컨대, 이주를 희망하는 은퇴자가 5년간 정착지역에 고향사랑기부를 약속하거나 이미 기간 또는 일정 금액 이상 기부한 사람에게 주택지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은퇴 예정자뿐 아니라 이미 은퇴한 사람도 참여 가능한 제도입니다. 이 방안은 지방정부의 수용성을 높이고, 기존 주민과의 정서적 연대감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 애정을 갖고 기여하고자하는 사람에게는 ‘정착 기회’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는 재정의 대규모 투입 없이도 인구의 선순환적 흐름을 유도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이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전략입니다. 인구의 대규모 재배치를 자율적·평화적으로 유도하고, 은퇴자를 매개로 지방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방을 되살리고, 수도권의 과밀 문제도 완화할 수 있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혁신적인 방안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지방소멸”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지방재도약”을 실현할 때입니다. 은퇴자의 이동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으며, 지방에 뿌리를 둔 지속 가능한 국가 전략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 그 출발점입니다.
댓글 -
정렬기준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