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공존하는 도시를 위한 수해 대응 정책 제안— 선조의 지혜와 자연 순응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담수 도시 시스템 구축 방안 —
Ⅰ. 제안 배경
최근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심각한 수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도로 침수, 지하차도 고립, 주택 침수, 농작물 피해 등 물로 인한 재난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이제는 일상적인 위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책은 여전히 물을 배제하고 통제하려는 인공적 방식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재난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자연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입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 불가능한 강우 양상이 잦아지는 현 시점에서는 단기적 대응보다,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순응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Ⅱ. 문제의 핵심: 담수 능력의 실종
현대 도시는 물을 흘려보내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도로는 포장되어 있고, 건물은 배수 시설만 갖추고 있으며, 옥상은 물을 모으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비가 오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물 미끄럼틀’처럼 작동하고, 순식간에 하천과 저지대로 물이 쏠리게 됩니다.
한편, 과거에는 도심 내 연못, 논, 숲, 유수지 등이 비를 흡수하거나 저장하는 역할을 하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매립되어 건물이나 아스팔트로 대체되었습니다. 이는 자연이 가진 ‘완충 능력’을 제거한 셈이며, 수해의 빈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입니다.
Ⅲ. 자연 순응형 수해 대응 원칙
자연은 변화무쌍하지만, 동시에 반복적인 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선조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따르는 방식으로 삶의 터전을 꾸렸습니다. 특히 정조대왕은 반복되는 수해를 단순한 재해로 보지 않고, 인간 사회의 질서와 계획에 내재된 문제로 인식하며, 다음과 같은 원칙을 통해 대응했습니다.
물길을 억지로 틀지 않고 지형을 따라 흐르게 함
범람 가능 지역을 개발이 아닌 저류지로 활용함
자연림을 보존하거나 숲을 조성하여 물의 유속을 조절함
이러한 선조들의 접근은 오늘날의 도시 정책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물을 막기보다 머금고, 흐름을 바꾸기보다 완충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Ⅳ. 정책 제안 내용
1. 건축물 옥상 담수 시스템 설치 의무화
일정 규모 이상의 신축 건물에는 옥상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류조(貯流槽)’를 설치하도록 건축기준을 개정합니다.
저장된 빗물은 화장실 세척수, 청소용수, 조경, 냉각수 등 비음용 용도로 재사용할 수 있으며, 긴급 시에는 소방용수나 비상용수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이러한 담수 시스템은 수해 예방뿐 아니라, 물 순환 복원과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합니다.
2. 도심 내 ‘비움의 공간’ 조성 정책 도입
도시 내 공원, 주차장, 광장 등 공공 공간을 다기능 저류 공간으로 전환합니다. 침투성 포장, 우수 침투 정원(Rain Garden), 소형 저류조 등을 설치하여 지면이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이 같은 공간은 평상시에는 쉼터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며, 폭우 시에는 일시적으로 물을 받아 넘치는 역할을 합니다.
3. 지역 맞춤형 물순환 계획 수립
지역별 지형, 강우량, 토양 특성에 따라 맞춤형 물관리계획을 수립합니다. 각 지자체는 수계별로 저류 능력과 배수 용량을 진단하고, 지역 기반의 분산형 저류 전략을 마련합니다. 주민, 전문가,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물순환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 단위 자율관리 체계를 강화합니다.
Ⅴ. 기대 효과
도시의 담수 능력 회복을 통해 단기 강우에도 도시 인프라가 견딜 수 있는 완충력을 갖추게 됩니다. 빗물의 재사용은 도시 물 부족 문제 완화와 하수처리 비용 절감에도 기여합니다. 물의 흐름을 이해하고 순응하는 철학은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Ⅵ. 결론 및 제언
이제는 ‘물과 싸우는 도시’가 아니라 ‘물과 공존하는 도시’로 전환해야 합니다. 자연은 결코 고정된 존재가 아니며,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자연과 인간 사이에는 겸허함, 이해, 조화가 필요합니다.
정조대왕의 사례처럼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여유와 비움의 미학을 담은 도시 설계를 통해 물재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인공적 제어에서 벗어나 순응과 적응을 바탕으로 한 정책 전환을 이루어야 할 때입니다.
이 제안서는 중앙정부(환경부, 국토교통부), 각 지자체, 건축기준 제정 기관이 함께 협력하여 추진 가능한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빠른 검토와 실천적 논의를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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