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이행할 때,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계속해서 제공된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로인해 사지마비에 의식불명인 환자가 승압제 사용 중지, 인공호흡기 착용 중지, 혈액 투석 중지를 모두 결정했음에도 콧줄을 통한 영양공급은 무조건 계속해야 한다고 병원 측은 말합니다.
2년여 전에 뇌졸중이 발병하여 치료해 왔으나, 노환과 병환으로 의식이 점차 흐려지다가 7개월 전에 이미 뇌사진의 대부분이 검게 변한 상태의 환자이십니다. 혹시 사지마비라도 의식있는 환자라면 콧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가족과 눈을 맞추고, 감정소통을 하면서 의미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으니 영양제공은 필수이겠지요. 그러나 현재 의식이 불명확하고 앞으로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다르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승압제로 혈압을 떠받치지 않으면 중환자실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담당의사는 소견을 말하면서, 심장에 인공 칩을 시술하여 박동을 도와주면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 혈액 투석을 받고 있고,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고, 기관절개 후 기도삽관 하고 있으며, 핏줄이 가늘어 주사를 맞기 위한 스탠드 시술 외에도 온갖 줄들이 몸에 달리고 꽂혀 있는데다 오랜 병원생활로 인해 거의 의식이 흐려진 환자인데... 다시 또 심장에 칩까지 시술하느니 이제 그만 고통을 거두어 드리자 싶어 연명의료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연명의료 중지 결정 항목 8개에 포함된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혈압상승제(승압제) 투여는 중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콧줄을 통한 영양제공은 계속해야 하는 것이 의료인으로서의 결정이라며 병원측은 계속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면담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을 힘들게 결정했음은 이제 그만 고통을 없애드리기 위함’이라 말하고 그 기간을 짧게 하기 위해 영양제공 중단을 부탁해도 소용없었습니다. 오히려 느닷없이 혈액을 체취하러 왔기에 이유를 물으니 온갖 종류의 모든 혈액검사를 다 시행하라는 담당의의 지시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검사 후에 필요한 부분에 약을 쓰기 위함이라 했지요. 보호자로서 어이가 없어 강력하게 항의해도 연명의료 거부 항목엔 ‘일반 약의 투여 금지’에 관한 건이 없으니 다른 약은 투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8.그밖에 담당의사가 연명의료로 판단한 시술(담당의사가 환자의 상태, 상황에 따라)’라는 마지막 항목을 들어가며 힘들게 항의한 후에야 겨우 모든 검사와 투약은 더 이상 중지함을 허락받았습니다.
노인들이 콧줄로 인해 죽지도 살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들었습니다. 의식 있는 환자는 몸이 불편해도 영양을 공급받으며 살아갈 권리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거의 뇌사에 가까운 상태의 의식불명 환자 가족이 연명의료결정을 하면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의료행위를 제외한 모든 처치(콧줄을 통한 영양제공도 포함)가 함께 중단되어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이 최대한 빨리 끝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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