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요약
본 보고서는 농업재해보험의 손해평가 과정에서 드러난 공정성, 객관성, 그리고 손해평가사의 안전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의 농업재해보험 제도는 공공 정책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한 사업자인 NH농협손해보험의 독점적 지위와 영리 추구 동기로 인해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손해평가반의 '단독 운영' 강제입니다. 현행 규정상 손해평가반은 '5인 이내'로 구성되지만, 사업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1인 평가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수 전문가의 상호 검증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며, 평가의 정확성 저하와 농가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단독 평가는 손해평가사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워 안전 문제를 야기하고, 이로 인해 유능한 인력의 이탈을 초래하여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합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은 이를 사업자의 '재량'으로 방치하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또한 총괄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재해보험 제도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손해평가반 구성에 대한 명확한 지침 마련, 손해평가 업무의 구조적 분리, 감독 기관의 권한 강화 및 실질적 제재 수단 확보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II. 문제 분석 및 현황
농업재해보험은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공공 정책 사업이지만, 영리 법인인 NH농협손해보험이 유일한 사업자로 운영하면서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험사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보험금 지급액과 손해조사비를 최소화하려 하고, 이는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이라는 제도의 공공적 목표와 충돌합니다.
1. 손해평가반 구성 규정의 왜곡
규정: 「농업재해보험 손해평가 규정」 제11조 제2항은 손해평가반을 **'5인 이내'**로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다인 구성의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실: 하지만 '5인 이내'라는 문구가 '1인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벼 품목을 중심으로 단독 평가가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는 공정성을 위한 다수 구성의 원칙을 훼손하고,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위험을 키웁니다.
영향: 단독 평가는 평가의 정확성을 떨어뜨려 농가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으로 이어지며, '피해율을 줄이라'는 암묵적 압력과 결합될 경우 농가의 피해는 더욱 커집니다.
2. 손해평가사 안전 문제
과도한 업무 부담: 단독 평가는 특히 대규모 재해 발생 시 한 명의 평가사가 광범위한 지역의 피해를 감당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손해평가사는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되며, 이는 판단 오류와 현장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입니다.
인력 이탈: 열악한 업무 환경과 과도한 부담은 유능한 손해평가사들의 이탈을 초래하고, 신규 인력 유입을 저해하여 결국 손해평가 제도의 질적 저하와 지속 불가능성을 초래합니다.
3. 미흡한 감독 및 규제
농금원의 방치: 농금원은 손해평가 관리·감독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단독 평가 강제를 '영업 행위 내의 재량'으로 간주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농금원이 본래의 설립 취지인 농가 보호라는 공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농식품부의 책임 방기: 농식품부는 농업재해보험 제도의 총괄 책임 부처로서 농금원에 대한 감독 책임이 있지만, 현재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위임된 업무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규제의 사각지대: 보험사의 '암묵적 압력'과 같은 교묘한 불공정 행위는 현행 법규의 직접적인 제재를 피하고 있으며, 기존 제재 수단 또한 억지력이 미미해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III. 정책 제언
농업재해보험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농가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음의 정책들을 제안합니다.
1. 손해평가반 구성 원칙 명확화 및 감독 강화
다인 평가 의무화: '5인 이내' 규정의 본래 취지에 맞게 최소 2인 이상으로 손해평가반을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지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대규모 재해 발생 시에는 다인 평가를 의무화하여 공정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
농금원 감독 강화: 농금원은 손해평가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손해평가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2. 손해평가 업무의 구조적 분리
독립적 공공기관 설립: 보험사업자의 영리 추구 동기로 인한 이해 상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손해평가 업무를 보험사로부터 완전히 분리하여 독립적인 공공기관이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손해평가 과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농금원의 역할 확대: 독립기관 설립이 어려운 경우, 농금원의 역할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여 손해평가 업무를 직접 관리·감독하고, 손해평가사 업무 배정 및 수수료 지급 등 전반적인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3. 강력한 제재 수단 확보
법규 개정: 「농어업재해보험법」 및 관련 법규를 개정하여 보험사의 불공정 행위(암묵적 압력 포함)를 명확히 규정하고, 위반 시 보험사의 불법적 이득을 초과하는 수준의 강력한 과징금 등 징벌적 행정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협력: 금융감독원과의 협의를 통해 농업재해보험이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감독 체계를 보완해야 합니다.
4. 손해평가사 안전 및 전문성 강화
안전 확보: 손해평가사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업무량 배분 기준을 마련하고, 현장 안전 교육 및 안전 장비 지원을 의무화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합니다.
5. 투명성 강화 및 정보 공개
정보 공개 의무화: 손해평가 방법, 업무 배정 기준, 수수료 체계 등 관련 정보를 농가에 투명하게 공개하여 제도의 신뢰성을 높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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