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오랜 기간 고용 구조의 이중화,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남용 등으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해왔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 하청·파견 등 비정상적 고용구조는 수많은 청년과 노동자들에게 불안정한 일자리, 낮은 임금, 열악한 노동환경을 강요했습니다. 대표적 비극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작업을 하다 사망한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 씨 사건입니다. 해당 발전소는 수차례 사망사고가 반복됐음에도 원청-하청-재하청의 다단계 구조로 책임이 분산되고, 실질적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자회사 고용 등 우회방식이 만연하며 ‘무늬만 정규직’ 혹은 새로운 차별구조를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인천공항공사 등 주요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기존 직원, 전환 대상자, 취업준비생 간의 갈등과 불신이 표출됐고, 자회사 정규직은 여전히 본사 대비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부문부터 ‘책임 회피’가 관행화되고, 비용 절감 논리로 외주화가 일상화된 결과, 위험은 약자에게 전가되고 안전은 뒷전이 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법,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도입했지만, 현장집행의 한계와 솜방망이 처벌, 불법파견의 온존 등으로 실질적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 부족과 근본적 제도 개선 없는 정규직화 정책은 노노(勞勞)갈등만 심화시키는 악순환도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공공부문이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첫째, 직접고용 원칙의 확립이 시급합니다. 상시·지속업무는 원칙적으로 직접고용, 불법파견·자회사 남용에는 강력한 행정·형사책임을 묻고, 공공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둘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해, 자회사·비정규직·파견노동자도 동일 업무에는 동일한 임금과 복지를 보장받게 해야 합니다.
셋째, 노동현장 안전 및 책임 강화를 위해 중대재해 발생시 원청·경영진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공공조달 참여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실질적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넷째,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정 채용 시스템,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 기반 전환, 그리고 상시 노동감독 강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EU)의 파견근로자지침, 일본의 무기계약 전환제 등 고용안정과 차별금지에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공공부문이 노동시장에 모범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법제도 강화와 엄격한 집행, 그리고 공공부문 선도의지로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공정한 고용, 안전한 일터, 책임 있는 공공!
이 세 가지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미래세대와 약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는 길입니다.
정부, 국회, 시민사회 모두가 고용구조 개혁과 노동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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