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빚 갚느라 쓸 돈이 없다”는 기사에 이어 "냉면, 삼계탕 값 올려, 냉면 12,290원"이란 기사가 도배질하고 있다. 이는 시중에 ‘쓸돈’, 즉 구매력이 없어 판매가 부진하여 인건비, 재료비, 임대료 등 각종 비용 부담이 가중하여 물가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쓸돈(구매력) 부족에 기인한 판매부진이 물가인상을 압박하는 악순화에서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고 출혈에 가까운 가격 할인을 선택하고, 결국 폐업의 길을 걷게 됨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저소득, 저신용층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실상이다.
무릇 문제가 분명하면, 해답도 분명하다. 쓸돈 부족이 물가 인상의 원인이고, 끝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파국의 길로 걷게 하는 점에서 보면, 해법은 분명하다. ‘쓸돈’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역대 정부는 우리 사회의 최대 구매력 집단인 저소득 서민층에 ‘쓸돈’을 제공하고자 ‘미소금융’, ‘햇살론’등 각종의 정책을 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 밖이다. 이를테면 소상공인을 돕고자 ‘미소금융’상품을 출시하였음에도 정작 기대했던 ‘미소’는 없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내놓았던 ‘햇살론’역시도 소상공인의 초가 위로 빗질하듯 내리는 햇살은 없었다. 이는 정부의 뜻한 바에 어긋나 ‘정부실패’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정부로써는 억울한 점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기라성 같은 학자와 전문관료들이 심혈을 기울려 만든 작품이라 이를 믿었다는 것이 그 이유라 할 것이다.
이 점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정부실패는 아니다. 정부가 실패하면, 이를 다스러 낫게 하는 치료제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표현을 달리하면, 역대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은 ‘이론실패’이며, 나아가서 이 이론이 텃을 잡은 ‘가정(假定)실패’이다.
이를테면 사람이란, 다만‘돈’을 만병통치약으로 신봉하는 경제적 동물(Homo oeconomicus)로 가정(假定)하고, 이를 가공하여 만든 이윤극대화 이론을 끌어다 개발한 ‘미소금융’, ‘햇살론’ 등은 소상공인의 자립를 돕고 역량 강화를 위한 질서정책적 여건을 조성하기보다는, 대물림되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처참한 삶을 한순간 달래는 ‘진정제 투입’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소상공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 스스로가 문제점을 찾아 해법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하는 능력, 즉 인식력, 동기유발력, 조직력을 육성 보호하는 정책이다. 이는 사람을 ‘돈’만을 챙기는 경제적 동물로 간주하는 이윤극대화 이론과 달리, ‘돈’이 아닌 일하는 ‘사람’을 중심에 둔 정책을 요구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진짜 대한민국’을 대선 공식 슬로건으로 표방하고, 이를 ‘사람 중심’의 정책을 펴 구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전(前) 정부와는 개념을 달리하겠다는 강한 표현이다.
무릇 ‘새 술은 새 잔’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어렵다고 하면, ‘헌 술이라도 새 잔’에 따르는 슬기를 모았으면 한다. 이는 자원 낭비를 일삼는 ‘시행착오’가 아닌 ‘피드백(Feedback)’을 통해 학습효과를 높이라는 요구이다.
돌이켜 보면, 역대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답시고 제공한 ‘쓸돈’은 유감스럽게도 구매력 촉진에 앞서 은행빚을 갚고자 금융권으로 직행하였다. 이를 두고 ‘빚 갚지 않고서는 못 산다’는 국민 정서가 작동했다면, 이에 걸맞은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 점을 간파한 국민주권의 이재명 정부는 ‘민생회복’이란 이름으로 16조 원을 투입하여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빚을 탕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민생회복의 실효성 제고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이를테면 빚 탕감으로 마련한 16조 원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손을 건너뛰어 고스란히 은행으로 직행한다. 이는 ‘쓸돈’을 넉넉하게 풀어 민생 회복을 돕겠다는 정부의 목적론적 의도와는 거리가 있다.
돈은 우리 몸의 피와 같다. 이 피가 심장의 우심방과 좌심방으로만 갇혀 돈다면 건강한 신체라고 할 수 없다. 피가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돌아야 건강하듯이 ‘쓸돈’이 저소득 저신용층에 가능한 오래 머물도록 하여 민생회복과 경제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이는 21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가 주창한 ‘호텔경제학’의 가르침이다.
이 점에서 보면, 부채 탕감보다는 ‘쓸돈’이 시중에 많이 오래 머물도록 ‘금융권의 예대마진 축소’, ‘일정기간 원금 상환 및 이자 납입 유예’ 등 정부의 금융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대해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대중의 구매력 악화로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 금융권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금융권도 국민경제의 일원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와 더불어 매년 수십 조의 천문학적 수익을 기록하는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도 도마에 오르게 된다.
이에 국민주권의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여 국가의 시장개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최소국가(Minimalist State)’를 과감히 버리고, 반면 부족 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역점을 둔 ‘유능국가(Capable State)’를 선택하고, 이에 물가를 잡고자‘쓸돈’이 시장에 오래 머물도록 정부가 취하는 대금융권 조치는 정당성을 확보함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돈이 갈 곳이 없어 은행으로 부동산으로 빨리듯 모여드는 현실은 자원 낭비를 부채질하여 시장경제을 파국으로 이끌고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이런 끔찍함은 역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이미 그리고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이런 비효율적인 ‘돈’의 흐름을 차단하고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건강성 제고를 위해 국가의 시장개입을 허락하는 것이 ‘유능국가’이다. 이를 국민주권의 이재명 정부에 기대한다.
끝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더 나은 삶을 챙기는 영광된 슬기가 국민주권정부에 가득가득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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