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현재 공군에서 군 복무 중인 장병입니다. 최근 공군본부는 공군의 중요한 병사 사기 진작 정책으로 시행 중인 가감점 제도와 포상휴가 제도의 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1. 가점 개편안의 골자
먼저 공군 병사는 가점 제도를 통해 최대 18일의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점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 일과시간 이후 시간 외 근무(조기 출근, 야간 비행 등)
- 타 부서 업무 지원 등의 특별 과업
- 자격증 취득
- 헌혈
- 기타 선행 등등
새로운 개편안은 기존 가점 체계에서 시간 외 근무와 특별 과업을 마일리지로, 자격증 취득, 헌혈, 기타 선행을 가점으로 분리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문제점을 정리하겠습니다.
2. 마일리지 누적 대상 대폭 축소
이전에는 부대 내 넝쿨 제거, 식기 지원과 같이 본인의 업무와 연관되지 않은 근무를 순번제로 하는 것에 대해 가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부터 순번제로 진행되는 사역은 마일리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병사들의 휴식 시간을 뺏어서 외부 업체에 맡길 일을 시켜놓고 가점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병사 사기 진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가점이 전혀 많지 않습니다. 보통 하루 포상 점수 기준 10%가 되지 않게 줍니다. 말도 안 되는 개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줄이는 것도 억울한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모아도 마일리지로는 12일이 최대라는 점입니다. 12일 이후로는 아무런 보상 없이(기껏해야 영내 휴무) 병사들을 부려먹는 것입니다.
3. 턱없이 부족한 가점 사유
그렇다면 이제 남은 6일을 어떻게 채울까요? 헌혈, 소수의 우수병사, 자격증 정도입니다.
일단 헌혈은 전혈 6번을 해야 하루가 됩니다.
자격증도 이번 개편으로 인해 최소 3개당 하루, 많게는 5개를 따야 하루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수병사의 경우는 우선 지휘관의 재량으로 준다는 문제가 크고(기준 모호), 이후에 설명할 감점 체계와 맞물려 파생되는 문제가 많습니다.
4. 체력검정 불합격? 징계!
이번 개편안에 신설된 감점 항목으로는 얼마 전 국방부의 병사 진급심사 개편에서 논란되었던 체력검정 불합격 및 미실시가 있습니다.
체력검정을 미실시하거나 불합격하면 각 10점, 20점을 감점하는데, 10점은 군기교육, 20점은 휴가 하루 제한, 이후 누적 10점당 하루 휴가 제한입니다. 그러나 크루 근무자와 라인 근무자는 근무로 인해 불가피하게 체력검정을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병 866기를 포함하여 병 870기까지 영향을 미쳐 올해 11월까지 체력검정 미실시 또는 불합격 시 모두 감점 대상입니다.
군기교육, 휴가 제한은 군 내에서 상당히 강한 편의 징계입니다. 군 생활을 1년 정도 한 장병도 아닌, 이제 막 입대한 이등병에게도 꽤나 높은 체력 검정 허들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웃긴 건 이렇게 징계를 받으면 위에 언급한 우수 병사에도 6개월간 대상이 될 수 없어, 사실상 가점 휴가 6일도 제한되는 꼴입니다.
아무리 생활관 정리를 잘하고 자신의 일을 잘해도 체력 검정 한 번 못 보면 우수병사 대상에 안 되는 겁니다.
이 우수병사 제도는 부대마다 다르지만, 2주마다 1/5일 정도의 가점을 주는 제도입니다(부대 내 20% 병사에게 부여).
이번 개편안에서 그나마 많이 모을 수 있는 방법인데, 체력 검정 하나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꼴입니다.
5. 상식적이지 않은 개편 사유
이번 개편 사유는 "감점이 너무 적어서"입니다. 병사들 통계상 받는 감점이 너무 적다는데, 이건 반대로 병사들이 규칙을 잘 지킨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냥 휴가를 어떻게든 줄이려는 행동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최근 공군에서 조종사 사건·사고가 많이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군에서 일종의 귀족으로 여겨지는 조종사들의 군기 하락의 책임을 병사들에게 떠넘겨 옥죄는 행위는 더 많은 사고와 병사들의 군기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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