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서, 같은 학생을 위해, 같은 공교육 체계 안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적인 권리조차 차별받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깊은 좌절과 분노를 느낍니다. 그중 가장 뼈아픈 차별은 ‘자녀 양육과 가족 돌봄과 관련된 권리’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1. 육아시간 제도의 차별: 같은 기관 안의 이중 잣대
공무원의 경우, 2024년 7월부터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경우에 한해 1일 2시간의 육아시간을 자녀 36개월(일 단위 차감)까지 유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확대되어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공무직은 육아시간 제도 자체가 아예 없는 교육청도 있고 몇몇 교육청은 만 5세 이하 자녀에 대해, 단 24개월(월 단위 차감)까지만 유급 육아시간이 부여 되기도 합니다.
같은 교육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직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자녀를 더 일찍 돌봄의 손길에서 떼어내야 합니다. 이러한 차별이 과연 교육기관 내에서 용인될 수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양육의 권리마저 차별받는 구조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는 육아에 있어서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구성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직이 왜 공무원과 같은 처우를 요구하냐? 하시는 분도 계시겠죠...
현재 일부 도청 및 보건소 소속의 공무직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동일한 육아시간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기관인 교육청이 이렇게 육아시간에 대한 차별을 두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공무원과 동일한 임금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만큼은 차별 없이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육아는 어느 직종, 어느 신분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중요하며,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그 어떤 혜택이나 특권이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투자입니다.
공공성을 책임지는 교육청과 정부가 먼저 나서야만, 사회 전반에 ‘양육 친화적 근로 환경’이라는 기준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는 민간기업과 타 기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적 영역에서도 일과 돌봄의 균형을 존중하는 문화가 점차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2. 자녀(가족)돌봄휴가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차별
유급 자녀(가족)돌봄휴가 제도 역시 교육공무직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지역의 교육공무직은 연 2일만 사용할 수 있으며, 자녀 수와 무관하게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반면, 공무원은 2자녀의 경우 연 3일, 3자녀 이상이면 자녀 1인당 유급 1일씩 추가 부여 받습니다.
이는 자녀가 많을수록 돌봄 수요가 커진다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한 제도이며, 교육청이 강조하는 ‘양육친화적 환경 조성’이라는 말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왜 같은 교육청 내에서 누군가는 자녀 수에 따른 합리적인 배려를 받고, 누군가는 고정된 최소한의 시간만 부여받아야 합니까? 이런 자녀돌봄휴가에 대한 기준도 단체협약 여부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3.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 급식비 감액: 제도의 본질을 흐리는 형식적 논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하는 경우, 기본급 및 근속수당이 근무시간에 따라 감액되는 것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식비까지 함께 감액되는 구조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급식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실제로 점심시간이 제공되는 한 전액 지급되어야 할 항목입니다.
근무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식사시간이 사라지거나 식사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기준만으로 급식비까지 삭감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인 '육아와 일의 양립'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여러 시·도교육청 중, 서울특별시교육청과 부산광역시교육청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시에도 주 20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급식비를 전액 지급’하고 있으며,
경상북도교육청·인천광역시교육청은 ‘근무일 기준 일수 비례 지급’ 방식을 통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에게 급식비를 온전히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타 시·도 교육청 또한 형식적 기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근로 실태와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여 육아기 단축 근로자에게 급식비를 전액 지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4. 저출생 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제도
정부와 교육청은 저출생 위기 해결을 위해 양육 친화적 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교육청 스스로가 동일한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양육권에서조차 차별을 가하며, 저출생 대응 정책의 실효성을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교육공무직이 교육공동체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제도적으로 배제되는 현재의 상황은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태도라 보기 어렵습니다. 자녀 양육은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모든 노동자에게 공평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 권리입니다.
이 글을 통해 교육공무직으로서 겪고 있는 차별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공무원, 공무직으로 나뉘기 전에, 누군가의 아빠이자 엄마입니다. 교육공무직도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의 동등한 일원입니다.
육아와 돌봄의 권리가 고용형태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정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십시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고용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보편적 권리이며, 공공 교육기관이야말로 이러한 권리를 평등하게 보장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공무직이라는 이유로 육아시간과 돌봄 지원에 있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며, 정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그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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