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명지대 경제학과 김두얼 교수님께서 본인 페북에 공개하신 내용인데, 경제 정책 부서에서 다루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용 전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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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정부가 채무자들의 부채탕감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이나 정치권은 "도덕적 해이 우려" 등 여러 가지 반응을 내놓았는데, 이런 논의들은 다소 핵심을 놓친 측면이 있다.
사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부채탕감안의 대상자 중에는 법원에 파산이나 회생신청을 통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이 보다 타당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채무자들이 법원에 가는 대신 채무를 그대로 안고 있는 결과 문제가 지속되거나 상황이 악화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정부는 채무자들이 파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파산 신청을 하지 않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이용해서 부채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신용회복위원회부터 해서 지난 20년 동안 새로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기능은 유사하지만 이름을 달리 하는 채무조정기관이 계속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도 비슷한 기관을 하나 더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도대체 이미 존재하는 기관들을 활용하지 않고 계속 새로 기관과 제도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 (이것이 더 본질적인데) 사람들이 법원의 파산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부정적 인식 때문이 아니다. 파산 제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인데, 그 중 중요한 것이 "결격사유"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람이 파산 신청을 하면, 그것이 결격사유가 되어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재윤 박사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 가운데 파산을 결격사유로 규정한 법은 200개 가까이 된다. 국가공무원, 군인, 경찰 등이 될 수 없고 공공기관 취업도 안되며, 근무자일 경우 당연 퇴직 처리되기조차 한다. 심지어 청도 전통 소싸움에 출전하는 "싸움소 주인"으로 등록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이것은 많은 법들이 제정될 때 공무원법에 규정된 결격사유를 별다른 고려 없이 "복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꺼리고, 이를 해결하려다 보니 옥상옥 제도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부채탕감"은 뭔가 그럴 듯 해 보이는 정책인 반면, 각각의 법에 들어 있는 결격사유조항을 정비하는 일은 품은 많이 들지만 표나지 않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기보다 표나는 일을 반복하게 되고 그것이 제도를 왜곡해 왔다.
제발 이번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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