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우울증 및 성인 ADHD 진단을 받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국민입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일반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거나 심사에서 제외되는 현실에 깊은 좌절을 느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실손보험은 많은 국민들이 기본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입합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최근 5년 이내 우울증·ADHD 등 정신과 진료 기록이 있거나, 30일 이상 약물 복용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제한합니다.
이는 단순히 ‘위험군’으로 분류하기에는 치료받을 권리와 사회적 회복을 가로막는 차별적인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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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제4조: 정신질환자는 치료와 회복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사회적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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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질병을 이유로 한 사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이용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한다.]
다음과 같은 법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우울증이나 ADHD 등의 정신질환 치료 경험자들이 마치 ‘고위험군’처럼 낙인찍혀 보험 가입 자체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정신건강 문제를 숨기게 만들고, 치료를 기피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합니다.
우울증, ADHD를 겪는 사람에게 “보험부터 가입하고 치료를 받아야지”라는 생각은 사치에 가깝습니다.
정신이 무너지고 삶의 동력이 바닥나 있는데, 그 상황에서 미래의 보험 보장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은 늘 품고 있었지만,
"실비보험부터 들어야 하나?", "언제 가입하는 게 유리할까?" 같은 고민은 현실의 고통 앞에서 항상 ‘나중에’로 밀려났습니다.
생각은 했지만 실천은 영원히 미뤄졌고,
결국에는 '이러다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끝까지 차오르자 무작정 병원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선택은 살기 위한 행동이었지 보험을 고려한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치료 이후, 정신을 추슬러 다시 보험에 가입하려 하자
“정신과 약 복용한 이력이 있으니 가입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 얼마나 잔인한 구조인가요?
살기 위해 치료받은 사람에게, ‘살았기 때문에 보험은 안 된다’고 말하는 이 제도는 근본부터 재고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신질환은 단기 치료로 '완치'되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은 “최근 5년 이내 30일 이상 약물 복용 시 가입이 제한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울증과 ADHD는 감기처럼 일시적으로 약 먹고 끝나는 병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재발률이 높고 치료 후에도 수년간 유지요법이 필요합니다.
성인 ADHD는 대부분의 경우 장기 약물 치료를 권고하는 ‘만성 신경발달 질환’입니다.
장기 치료가 불가피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5년 내 치료 이력이 없으면 가입 가능”이라는 조건을 요구하는 건, 결국 “아예 보험을 들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성인 ADHD 환자들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꾸준히 약을 복용합니다.
그 치료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의 증거지, 보험 불이익을 받아야 할 낙인이 아닙니다.
왜 정신질환자에게만 ‘회복의 기회’를 인정하지 않나요?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조절이 되면 보험 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ADHD는 '치료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입조차 막습니다.
몸의 병은 관리하면 가입이 되고,
마음의 병은 관리해도 가입이 안 되는,
이 구조는 분명한 차별입니다.
정신과 치료 이력이 있는 국민도 건강상태나 치료 경과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심사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 주십시오.
정신건강 치료를 받는 국민이 차별 없이 사회에 복귀하고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우울증은 감기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병입니다.
치료받았다는 이유로 기본 의료 보장을 제한받는 지금의 제도는 변화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단지 약을 먹고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구조는 치료보다 ‘회피’를 선택하게 만듭니다.
치료받을 권리, 회복할 권리, 그리고 평등하게 보험에 가입할 권리를 보장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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