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제도를 수요자 중심으로 유연하게 개선해 주세요.
9순이 되신 어머니가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십니다. 몇 년전 뇌졸중으로 언어기능이 일부 문제가 있고, 귀가 잘 안들려서 큰 소리와 불완전 하나마 문자로 소통합니다. 자주 오가는 대화는 큰 소리와 입모양으로 의사 전달이 되지만, 조금 복잡하거나 색다른 내용은 글씨를 써서 보여드리고, 어머니 대답을 듣고는 다시 써서 보여드리고 하면서 대화합니다. 서울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와 퇴원 후 요양보호사를 붙여서 생활하실 때는 자주 아프고 혼자 뭘 하실 의욕이 없더니, 원래 계시던 시골이 좋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렇게 혼자 계신지 3년째 됩니다.
첫 해에는 다시 요양보호사를 불렀는데, 매일 3시간씩 근무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자꾸 갈등이 생겨서 두번이나 사람을 바꿨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약간의 치매와 언어장애가 있지만 혼자 밥해서 식사도 하고 청소ㆍ빨래도 다 하시는데, 요양보호사가 와서 이것저것 맘에 안들게 손댄다고 싫어하시더니 밭일 안 도와준다고 뭐라 하고, 어정쩡해진 요양보호사가 잠시 자리를 비웠더니 딴짓 한다고 야단치고 하면서 계속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출퇴근 때 집안으로 들어와 태그를 찍어야 하는 부분도 신경이 거슬렸는지 그 위에 테이프를 붙이고 하시는 통에 결국 몇 달 유지하지 못하고 요양보호사 부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서울로는 올라가지 않겠다고 하셔서, 이웃 분들께 자주 들러달라고 하고, 가까운 데 사시는 택시 기사분에게 급한 병원 볼일은 별도로 요청해 놓았습니다. 자식들이 주말마다 내려가서 장보기, 병원가기 등을 하면서 어찌어찌 1년 6개월을 보냈습니다. 중간에 혼자 버스타고 읍내로 나갔다가 집으로 오는 버스를 놓쳐서 길을 잃었는데, 위치추적 앱으로 추적하고 읍내에서 근무하는 택시 기사분과 연락해서 집으로 모셔오는 등 작은 사고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기력이 떨어졌는지, 누가 와서 집안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다시 요양보호센터에 사람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주말에는 자식들이 빠지지 않고 내려가니까 주중에 2번 정도 반찬거리 준비해 주고 큰 이불빨래 정도만 도와주시면 딱 좋은 상태인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그런 조건에 응할 요양보호사를 찾기가 어려울 듯해서 걱정입니다. 시간과 횟수에 비례해서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하루 3시간, 주 5회 정도를 채우는 곳을 선호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읍내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파트타임 파출부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가족들이 비용부담을 조금 더 하더라도, 필요한 요양서비스를 설계해서 받을 수 있게 하고, 정부에서 심사 후 적정한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지도해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다분히 형식적인 제도만 있고, 인원의 수급과 운영이 대부분 요양센터에 위임되어 있어서 수혜자 쪽에서 거기에 맞는 조건을 맞춰주어야 하는 공급자 중심의 제도 운영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그 정도로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가 된다고 마음이 놓이지만,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조금 더 세밀하게 조정하고 유연하게 운영하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안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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