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상한 게 많았다.
창업해본 적도 없고 창업할 생각도 없는 이들이 국민 세금으로 창업자를 돕겠다고 나서는 장면.
1. 심사
10년 넘게 심사비 10만원 20만원으로 심사위원을 모신다. 정말 사명감에 가득찬 몇 분 빼고는 소일거리로 심사위원을 찾아다니는 주니어 VC심사역, 강의 없는 날 잠깐 둘러보는 교수님들, 관계 기관 팀장과 임원들이 참여한다.
스타트업의 사업 영역이 너무 넓고 다양해서 심사위원의 점수가 평균으로 수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부분 깔끔하게 정리된 장표와 발표자의 언변, 팀원들의 이력 사항에 대한 느낌적 느낌만 강조될 뿐이다.
2. 멘토링
멘토링 시스템은 해외 대기업들의 '선험자'의 경험과 지식 전수, 안정감 있는 '후임자'들의 조직 안착에 목적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 역시 스승과 제자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 스타트업 멘토링은 뭔가 다른 길을 가는 것만 같다. 멘토링 받는 사람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공짜로 받으니 멘토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시간을 내어준다는 개념이 강하다. 멘토는 멘티들의 태도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딱히 도움을 바라지도 않는 태도와 멘티들의 사업 깊숙히 들어가면 오히려 블랙엔젤로 오인받기 딱 좋은 관계가 되어 서로 데면데면하다.
이걸 주주로서 역할을 하게끔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발작 버튼이 눌러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미 멘토들을 겉돌게 만드는 구조다.
3. 교육
우리나라 거의 모든 분야의 '육성' 사업에는 '교육'이 들어간다. 근데 그 커리큘럼이 없다. 대부분 선험자의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지식이라 체계적인 교육 툴을 갖추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체계적인 교육 툴을 만들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려 했으나 역시 이 '자유로움'은 공무원들에 의해 제지 받는다. 공통화된 프로그램, 예측 가능한 프로그램이어야 하고 섭외도 미리 다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지식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지게 중간에 바뀌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특강도 자발적이지 않고 섭외 요청 받아서 하는 무료 강의만 넘쳐난다. 이 강의로 돈을 버는 곳도 없고 내용 충실한 강의는 팔리지도 않도록 시장이 왜곡돼 버렸다.
4. 투자 5. 행사 6. 행정처리 7. 사후관리 등 할 말이 많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얼마 전, '정부는 인프라와 창업자에게 간접 지원하는 것으로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국회의원회관 토론회에서 이야기했다가 다들 기겁하는 반응을 보았다.
법도 행정절차도 첫 단추부터 고쳐 채워야 한다.
- 정부의 육성 의지는 규제 완화와 함께 위반 행위자에 대한 명확한 응징이 수반되어야 한다.
- 정부의 역할은 돈이 흐르는 물길을 내어주는 데 있다. 수도꼭지 역할은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
- 창업 지원은 연구개발 목적, 민간 투자 연계와 민간 및 공공 수요처 연계 둘만 남기고 잡다한 것들은 용역사업으로 바꿔야 한다.
- 창업자들에게 자연스런 커뮤니티를 형성시켜주고 바우처를 지급해 경쟁력 있는 멘토와 투자자, 교육자들에게 그 바우처가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 창업 지원은 이제 전방위적인 데이터 축적과 관리의 단계를 거쳐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엑셀을 기관들에게 나눠주고 거둬들이는 짓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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