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시행한 공문을 바탕으로 전국의 몇몇 실업계고가 특성화고로 전환하지 않고 일반계고로 전환한 이후로, 2025년 현재까지 약 20년 가까이 전국의 고등학교는 큰 구조 변화 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특성화고의 경우 경기도의 사례만 놓고 보더라도 평택시 등 소위 대기업(혹은 1차 하청) 정도의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지역에서는 특성화고가 일반계고보다 인기가 있고, 입학 경쟁이 생길 정도인 지역이 있는 반면, 다른 시도처럼 특성화고가 미달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대부분의 특성화고는 미달 상태이며, 일반계고를 지원했다가 강제로 탈락되어 특성화고를 어쩔 수 없이 진학해야 하는 중학생들이 매년 수 백 수천 명씩 생기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 부산을 예시로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부산시에서는 매해 예비 고1(중3) 학생들의 중학교 전체 생활을 소위 내신이라는 이름으로 수량화하여, 일반계고 입시에 줄 세우기 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당해 일반계고 입학 예정인원과 특성화고 입학 예정 인원을 미리 정하고, 일반계고에 지원하는 중3 학생이 많으면 성적 순으로 선을 그어 일방적으로 탈락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산시교육청의 고입 정책에 반발하여 일반계고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수많은 중학생들이 전국단위 자율학교(시골학교)까지 지원하여 진학을 하니, 부산시에서는 매해 100여명의 미래 인재를 유출당하고 있습니다. 입학 시에만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특성화고에 진학하자마자 타시도로 주소지를 이전하면서 전학을 가는 사례가 매해 점차 많아지고 있기도 합니다.
(관련글: 부산의 고등학교 입시(고입) 정책의 문제점 https://blog.naver.com/ryu1912/223719674348,
부산 일반고 진학이 힘들면? 전국 단위 일반고(자율학교) https://blog.naver.com/ryu1912/223794669456)
부산은 특히 사립 특성화고가 국공립 특성화고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립학교들 중 대부분은 매해 신입생을 유치하여 살아남기 위해, 몇 해마다 학과를 바꾸고 있습니다. (공업계 특성화고의 뷰티아트과, ai디자인과, vr콘텐츠과/ 웹툰콘텐츠과, 반려동물과, 카페경영과, 외식베이커리과, 외식조리과, 카페베이커리과, 푸드디저트과, e스포츠과 등등...)
한편 이렇게 자주 학과를 바꾸기 보다는, 공통 교육을 위해 일반계고로 전환하려는 사립 특성화고도 있습니다. 사립학교의 설치 형태는 각 시도교육청의 인가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교육청에서는 다양한 이유를 들면서 단위학교가 특성화고에서 일반계고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변경 신청서 제출)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립 특성화고가 일반계고로 전환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예산의 공공성,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성화고는 일반계고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됩니다. 그런 예산의 투입과 사용은 당연히 국공립 학교에서 맡았을 때 그 공공성이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 사용에 대한 감시도 철저히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특성화고가 줄어들면, 그만큼 다른 특성화고에 그만큼의 예산을 분배하여 적정 교육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학생들 또한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의 특성화고가 한 학년 5개 학급 100명의 일반계고로 바뀌게 되면, 앞서 언급된 타시도로 유출되는 학생들을 지역에서 보듬고 보살필 수 있습니다.
셋째,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사립학교를 설치, 운영하는 학교법인 및 이사회(이사장)의 교육철학에 따라 설치, 경영하고자 하는 사립학교의 형태를 변경하고 싶어할 수도 있는데, 현재는 시도교육청에서 권한을 침해한다고 할 정도로 이에 관한 제한 사항을 심하게 두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해소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성화고가 줄어들면 직업교육의 비중이 줄어들게 되는 것에 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특성화고가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의 직업교육은 '부산 산업학교'처럼 고등학교 3학년 1년 과정만 위탁하는 방식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2학년까지는 기초 인문 소양을 기르는 공통 교육을 받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하는 게 적성이 아니라면 1년 간의 위탁교육 만으로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준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입니다.
관련하여 전문가인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수년 전부터 특성화고의 숫자를 줄이고, 마이스터고와 일반계고의 숫자를 늘리자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관련기사: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2499)
지방자치, 지방교육이 도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시도교육청은 선제적으로 어떠한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합니다. 그냥 있던 대로 유지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본 제안을 받아 교육부를 통해 전국 각 시도교육청에 특성화고의 일반계고 전환에 관한 수요조사를 받아, 사립학교의 설립 취지를 존중하고 설치, 경영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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