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 엘리트주의 구조를 넘어 평등한 공동체로!
1. 문제의 출발점: 우리는 무엇을 위해 교육하는가?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이 있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시험 점수를 올리고, 좋은 대학에 가고, 결국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인가? 그렇다면 지금의 교육은 오직 ‘경쟁’이라는 틀에 갇혀 인간의 전인적 성장이라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재 공교육 시스템에서 말하는 인재상은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융합형 인재’, ‘미래사회를 선도하는 창의적 인재’라지만, 이는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실제 교육의 목표는 단 하나로 귀결된다. 최상위권 대학, 특히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입시에 성공하는 순간, 만 19세에 이르러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와 계급이 결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 번 정해진 대학 이름은 이후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재도전의 기회 역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 훨씬 유리하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의 학생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진로와 생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압박을 받는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층 고착의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2. 특목고라는 '입시 구조의 치트키'
이러한 구조에서 사실상 입시 결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은 고등학교 진학이다.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는 입시 구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지름길로 여겨진다. 학원을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예상보다 높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을 보게 된다. 특목고 출신으로 대학 진학에 성공한 학생이 실제로 타고난 재능이나 학문적 열정에서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었던 사례들도 존재한다. 반대로, 일반고에서 묵묵히 내신 1등급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한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입시에 번번이 실패하거나 중위권 대학에 만족해야 하는 현실은 씁쓸할 뿐이다.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특목고 출신이면 ‘기회의 문’이 훨씬 더 넓게 열린다. 이는 곧 공교육과 입시 제도 자체가 형평성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3. 불공정한 구조는 누가 만들었는가?
이 구조는 어느 날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특정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적 혜택과 사회적 자산을 물려주기 위해 제도를 설계하고 유리하게 조정해온 결과다. 그들의 영향력은 단순히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전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방향 짓는 권력의 작동이다. 그 결과, 교육은 더 이상 공정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제도화된 특권과 배제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4. 엘리트 정체성이 교육으로부터 시작될 때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되는 특목고 진학 경쟁은, 단순한 입시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우월감 형성에까지 영향을 준다. 사춘기 시절, 청소년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를 통과한다. 이 시기에 “나는 특목고 출신”이라는 자의식은 자연스럽게 "나는 다르다", "나는 우월하다"는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체성은 사회심리학의 사회적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으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위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엘리트 교육 기관’ 출신이라는 사실이 곧 자아의 핵심이자 우월성의 근거가 된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공동체의 균형과 연대, 존중의 문화를 약화시키는 사회적 병리로 이어진다.
5. 진정한 엘리트란 누구인가?
우리는 '엘리트'라는 말을 너무 쉽게, 너무 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진정한 엘리트는 단순히 성적이 우수하거나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지적 능력뿐 아니라, 윤리적 감수성과 공동체적 책임감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구조는 오직 지적 성취만을 평가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엘리트 집단은 오히려 도덕적 책임보다는 특권 유지에 몰두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오히려 기회주의적이고 경쟁에 능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며, 진정으로 성실하고 올곧은 인재들은 도태되거나 체제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6.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은 사람을 선별하는 도구가 아니라,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교육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공동체를 이해하고, 윤리적 책임을 자각하는 훈련이어야 한다.
그 시작은 지금의 구조를 유지해온 핵심 제도인 특목고와 자사고 제도의 전면 개편이다. 이 제도는 사실상 사회적 배경이 좋은 가정의 자녀들이 교육 경쟁에서 앞설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다. 단순 폐지를 넘어,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이며, 모든 학생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배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평가 방식 개편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의 전환이 이뤄진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급진적인 체제 변경을 시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은 대입에서 수능의 비율을 일정 부분 높이는 것이다. 이는 내신의 지역별·학교별 격차 문제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으며, 특목고와 일반고 간의 평가 기준을 상대적으로 균형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7. 한 시민의 고찰로부터
이 글은 현재 사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을 매일 마주하고 있는 한 사람의 교육 종사자이자 시민으로서, 그리고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부모로서, 깊은 고뇌 끝에 쓰인 글이다.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제도만이 아니라, 그 제도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철학과 가치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인간의 ‘존엄’과 ‘가능성’을 중심에 두는 사회로 거듭나야 할 때다. 그리고 그 출발은 지금 우리가 어떤 교육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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