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나) 어떠한 경우에도 방지할 수 없는 인력낭비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제한당한 자(소위 ‘오탈자(五脫者)’)가 진로 전환을 법률상 강제당하는 경우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가능한 어떤 경우에도 인력낭비 현상은 방지할 수 없음.
①응시기회를 제한당한 자는 자율적 판단에 따라 진로 전환여부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타율적으로 강제당하는 것이므로 자기결정권 및 행복추구권에 대한 매우 중대하고도 회복할 수 없는 침해가 됨.
②별도의 전문교육·훈련 또는 자격시험 합격이 필요하지 않고 즉시 투입 및 종사가 가능한 진로로 전환 시, 애초에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 자체가 불필요했던 것이므로 이미 인력을 낭비한 결과가 됨.
③상당 기간 전문교육·훈련 또는 자격시험 합격 등이 요구되는 새 분야로 전환하는 경우, 도전하는 시험·분야만 바뀌어 여전히 수험생·지망생 신분이 지속되므로 상당 기간 계속해서 인력이 낭비되는 현상을 적절히 방지할 수 없음.
④같은 시험에 계속해서 응시하는 형태의 인력낭비가 여러 분야를 전전하면서 발생하는 인력낭비에 비해 더 큰 폐해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음.
·이처럼 변호사시험의 반복응시 행위만이 특별히 국가인력 낭비에 해당한다고 규정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는데도 변호사시험에만 특유한 응시기회 제한 규정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조차 강한 의문이 제기됨.
·나아가 응시기회 제한으로 발생 가능한 어떤 경우에도 인력낭비는 실질적으로 방지될 수 없으므로 설정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수단임.
2) 시험합격률 저하 방지라는 목적의 불합리성
·국내 법조인 양성을 위한 유일한 제도로 로스쿨 체제가 정착된 현재,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저하를 방지해야만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의 내용이 무엇인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공공복리에 기여한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 또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
·법조인 양성 제도에 대한 신뢰성은 당해 제도를 통해 자격과 권한을 취득한 기성 법조인들의 충실한 대국민 법률서비스 제공, 전문성 유지·증대를 위한 지속적 연수와 평가, 법령이나 직업윤리를 위반한 법조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징계 등을 통해 제고할 수 있는 것이지, 시험합격률의 인위적 관리·통제, 자격취득에 도전하는 자들에 대한 기회 억압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님.
·설령 법조인력 양성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더라도 총 입학정원의 조정, 합격자 수 조정과 같은 정책적 타협·조정 이외에 반드시 구체적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압제하는 응시기회 제한 규정을 두어야만 달성될 수 있는 몫의 공익이 존재한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수단의 적합성과 필요성을 긍정하기도 어려움.
3) 교육효과 소멸 방지라는 목적의 자기모순
가) ‘교육효과 소멸’ 논리의 구조 및 전제
·교육효과 소멸 방지를 위해 응시기회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⑴학위 취득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기존에 발생한 전문적인 교육효과는 당연 소멸하고, 그렇기 때문에 ⑵교육효과 또는 교육과정 자체가 유의미하려면 일정 기간 내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 위에 있음.
나) 입법 명분의 논리적 흠결과 내적 모순
·변호사시험법은 ‘법학전문대학원 교육효과와 변호사시험의 연계’라는 변호사시험제도의 기본원칙(동법 제2조)을 달성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자에 한해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제5조를 규정함을 제정이유에서 명시하고 있음.
·따라서 변호사시험 응시자가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온전히 거쳐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상, 상당 기간이 경과한 후라도 최종적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였다면 기존에 발생된 교육효과가 장기간 유지·발전되어 변호사에게 필요한 법률사무 수행능력을 갖추었음을 마침내 증명한 것으로 보아야 함.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과정을 충실히 마친 사람이 법조인으로 진출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검정하기 위한 시험”이므로 그 합격 사실 자체가 법조인으로서 최소한의 수준을 담보하는 성질을 이미 내재하고 있기 때문임.
·또한 전문적인 교육·훈련의 효과가 단순히 일정 기간이 경과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소멸된다는 점에 대한 객관적·실증적 근거는 제시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다른 모든 전문분야에도 유사한 제한을 두어야 형평 및 체계정합성에 부합함.
·더구나 응시기회 제한 규정은 ‘교육효과의 소멸 방지’라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학위취득자에게 이미 발생하여 남아있는 교육효과를 영구히 무용하게 만드는 정반대의 효력만을 미치므로, 목적과 수단이 정면으로 모순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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