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2) ‘시험을 통한 선발제도’의 폐해 재현
·응시기회 제한 규정은 단기간 또는 (병역의무의 이행 때문이 아닌 한) 최장 5년 이내에 시험에 합격한 자만이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 제도의 폐해마저도 추가적으로 재현함.
·응시기회 제한 규정의 존재로 인해 일정 기간 내에 시험에 합격했는지 여부가 법조인 자격의 취득 가능여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일정 시점 이후에는 응시자격을 영구히 회복할 수 없기 때문임.
·그 결과, 로스쿨 교육과정 동안 ‘시험 합격’이 지상 과제가 될 수밖에 없어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제도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주요원인 중 하나로 작용함.
·상대평가 시험제도의 합격률 요소가 경쟁의 양을 결정한다면, 응시기회 제한 규정은 ‘한정된 기회 안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하여 경쟁의 질을 비정상적으로 왜곡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됨.
·기초법학 교육의 위기 심화, 로스쿨 입학생 평균연령 하락, 불합격 공포와 맞물린 변호사시험 사교육 시장의 팽창 등은 응시기회 제한 규정을 포함한 현행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결점이 초래하는 폐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며,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 제도 전반에 걸쳐 본질적 위기라고 할 정도의 사회적 폐단이 발생하고 있음.
·법학 교육 생태계의 본질적 위기를 다수가 걱정하는 이유는 곧 국민의 자유·공정·인권과 같은 근본가치가 약화되거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인데, 바로 그 국민 중 구체적 일부의 자유와 권리가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응시기회 제한 규정의 폐해는 명백함.
3)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의 유명무실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효과가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는 1차적 성과인 ‘변호사시험 합격’은 전문성 함양을 위한 응시자 개개인의 능동적·적극적 노력과 이를 추동하는 저마다의 자아실현 계획을 근간으로 하는 것이지, 기회의 제한으로 가해지는 외부적 압박과 공포감 아래 강요된 과제를 수행한 결과가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됨.
·설령 응시기회 제한이라는 ‘채찍’이 학습을 유도하는 효과가 일부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방식이 ‘유능하고 경쟁력 있는 전문 법조인 양성’이라는 궁극적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음.
①‘실패에 대한 공포’를 동력으로 하는 학습은 진정한 실력 함양이 아닌 ‘시험 통과’로 모든 초점을 집중시키게 됨. 다양한 법 분야에 대한 지적 탐구나 비판적 사고의 심화보다는 출제 가능성이 높은 지식의 단편적 학습과 문제풀이 기술 습득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임. 로스쿨 교육과정이 ‘법률 전문가’가 아닌 ‘시험 기술자’를 양성하는 수단이 된다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근본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임.
②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면화하며 자격을 취득한 법조인은 위험 회피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 또한 높음. 복잡하고 전례 없는 사건에 대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기존 판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정형화된 업무만을 안전하게 처리하려는 경향, 적극적인 시장 개척보다 경쟁자를 차단하는 폐쇄적 성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음. 이는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고자 했던 본래 입법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옴.
③국가가 설계한 극한의 생존 경쟁 과정을 통과하는 것이 법조인 자격 취득의 핵심적인 경험이 될 때, 공익에 대한 헌신이나 사회적 책무와 같은 가치는 배경으로 밀려나고 ‘자신의 생존’이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음. 공익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법조인이 공공복리 실현에 기여할 수 없음은 명백하므로, 법학전문대학원 체제 출범 후 17년째를 맞는 지금이라도 당초 제도의 도입취지와 동떨어져 있는 현 실태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숙의해 보아야 함.
·외부적 압박과 공포감이라는 비교육적 수단이 단기적인 학습 효과를 일부 유도하는 측면이 존재하더라도, 국가가 주관하는 법조인력 양성 제도에 그러한 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①장기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②소극적 법조인을 양산하게 되며, ③법조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등 입법목적이 의도한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됨. 따라서 현행 응시기회 제한 규정은 교육철학적, 교육정책적 관점에서도 전면적으로 배격해야 할 요소임이 틀림없다고 할 것임.
3. 정책 제안 사항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전면 폐지(삭제)
※ 법 개정 이전에 응시기회를 상실한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조항 정비
4. 비용추계
재정지출 증가 없음
5. 기대효과
·법조인력 양성 제도의 헌법합치적 개선
·응시기회 제한 규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역기능 및 폐해 해소·완화
(특히, 2025년 기준 2,000여명에 달하는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제한 피해자들의 기본권 회복)
6. 결론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경력을 가진 자가 자율적인 인생계획에 따라 각기 고유한 속도로 어떤 직업인이 되어 공익에 기여할 기회를 열어두는 것은 각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공익의 실현이기도 함.
·국가가 전체인력의 산업별 배치를 거시적 차원에서 계획하고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 개인의 직업 선택을 합리적 이유 없이 법률로써 강제하거나 특정 분야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전체주의적 제한임과 동시에 모종의 국가적 형벌에 비견할 만한 것임.
·현행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후 5년이 경과하기만 하면 평생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는 종신의 자격상실형을 재판 없이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는 바, 즉시 폐지되어야 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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