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찰청 교통안전과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줄이기가 제가 하는 업무중 가장 중요한 업무입니다. 근무경력 상당기간이 교통업무를 했고,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지 않게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국정에 도움이 될까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사망사고를 줄이려면 시설개선, 교육홍보, 단속이라는 3개 분야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하게 되는데 모든 사망사고에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사고가 많은 유형을 찾아서 우선순위를 두고 거기에 맞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가장 취약한 분야는 ‘고령자’입니다. 인구분포상 고령자는 대략 20% 정도인데 24년 분야별 교통사고 통계로 살펴보겠습니다. 보행 사망자 920명 중 어르신은 616명입니다. 66.9%나 됩니다. 우리나라가 보행자 사망사고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어르신 보행 사망자가 많은 것입니다. 자전거 승차 사망자 166명중 고령자는 114명으로 68.7%나 됩니다. 교통약자인 고령자들에게 자전거는 레저가 아니라 생활 교통수단이고 차량과의 사고나 사소한 운전 실수로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륜차 승차 사망자 526명중 고령자는 185명으로 35.2%로 인구에 비해 비중이 높습니다.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이륜차가 어르신들의 주요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회적 관심이 많은 고령운전자 관련 사망자는 761명으로 전체 사망자 2,521명의 30.2%입니다.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실수가 늘어 고령자 사고가 많은 것도 있지만, 고령운전자 들은 안전운전 교육이 가장 부족한 세대라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하게 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제도를 통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노인 보호구역’을 여기저기 만들고 있는데 어린이보다 활동반경과 시간이 훨씬 넓은 어르신들에게 적절한 대책일까요? 어르신들의 주요 활동 지역은 주거지입니다. 노인보호구역이라는 소수 대상지에 예산을 몰아주는 것보다는 시설은 화려하지 않지만 실효적인 주거지 교통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주거지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도시설계를 하면서 주거지에 필요한 교통안전 대책을 수립한 적이 없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도로를 다시 변경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됩니다. 주거지 등에서 가장 좋은 정책은 도로를 밝게하고 지나가는 차량들의 통행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시설을 하는 것입니다. 아주 위험한 장소에는 도로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도로에는 시야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는 가로등을 달고, 차로 폭을 줄여 감속을 유도하는 등 적은 예산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장애인 정책을 할 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지하철역 승각기처럼 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정책은 비장애인에게도 혜택이 된다. 주거지역이나 보행자가 많은 지역에서 어르신들이 안전하면 다른 보행자도 함께 안전해집니다.
교통안전 사업을 하는 곳은 국토부와 경찰청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집행은 자치단체입니다. 그런데 자치단체의 빈약한 재정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교통안전예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그 많은 범칙금 등을 걷어서 안전 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지만 일반회계에 편성된 예산에서 교통안전 사업은 늘 뒤에 있습니다. 심지어 ‘바닥 보행자 신호등’처럼 필요도 없고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는 시설들이 민원과 화려한 외관으로 우선 적용되기도 합니다.
자치단체에서 교통안전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따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이 좋습니다. 기금으로 만들어지면 다른 곳으로 전용해서 사용하지 못하고, 일정 예산이 확보되기 때문에 교통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이 더 발전합니다. 지금도 교통범칙금 등 세입의 20%는 응급의료 기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교통시설을 확충하는데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통시설 확충 기금이 응급의료 지원보다 교통범칙금의 사용처로는 더 당위성이 있어 국민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고령자들은 교통안전교육을 가장 적게 받은 세대입니다. 보행자, 자전거, 이륜차, 자동차 등등 배워야 할 것들은 많은데 이젠 배우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처럼 한곳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기에 교육을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경찰에서는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으로 매년 노인관련 시설들을 돌아다니며 교육홍보를 하는 데 경찰서 교통부서의 홍보담당자 업무의 일부에 불과해서 기대한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산도 거의 없습니다.
어르신들이 알아야 할 교통안전 지식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꼭 알아야할 내용을 반복적으로 알려 습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어르신 교통안전 교육의 핵심입니다. 마을노인회나 노인관련 시설에 교통안전 담당자를 위촉하고 그분들에게 매달 소정의 수고비를 드리며 교통안전 전문가로 만들면 적은 돈으로 교육홍보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어르신 일자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은 단순히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같이 계시는 분들에게 잔소리를 하시 분들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습관이 되도록 만드는 효과가 매우 큽니다. 물론 그분들을 지원하는 경찰이나 자치단체의 인적 물적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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