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민주권위원회 국민위원 천현우라고 합니다. 현재 경남 거제와 마산을 오가면서 현장 노동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모두의질문 Q>를 통해 조선소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에 거주하면서 어떻게 해야만 수도권으로 주민들이 빠져나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제안 또한 지역과 수도권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에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운전면허를 안 딴다고 합니다. 가뜩에 저출생 사회까지 겹쳐 운전면허 학원이 많이 폐업한다고 하는군요.
이 현상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차는 보유하는 순간부터 만만찮은 비용이 계속 빠져나갑니다. 가뜩에 사람 미어터지는데 교통망 또한 잘 되어 있는 수도권에선 자동차를 사치재로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다릅니다. 자동차가 절실한 상황이 자주 옵니다.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 잠깐 좀 하겠습니다.
제 집은 겨울에 물을 끓여서 씻어야 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아무리 간절해도 10만 원 이상 비용이 드는 ‘그 어떠한 시도’도 할 수가 없습니다. 고3 겨울 방학이 지나고 졸업을 앞둔 때, 교실에서 친구들끼리 자동차 면허를 서로 보여주며 시시덕대는 모습에 열패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면허 취득엔 비용이 듭니다. 자동차조차 없는 가정은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데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면허 전문학원에서 모든 시험을 한 번에 합격했음에도 80만 원 가깝게 들었습니다. 입문 장벽치곤 지나치게 큰 비용입니다.
면허가 필요 없다면 안 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살기 위해선 운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운전면허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교통 문제로 더 많은 임금과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울 회사에 취직할 기회도 여러 번 놓쳤습니다.
사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지방의 공공 교통망을 확충하는 일입니다. 광주와 전남 전북, 부산과 경남 울산에 지하철이 돌아다닌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임을 압니다. 굉장한 자본과 시간이 드는 일이니까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땅을 뚫고 바닥을 다지는 동안에도 지역민은 수도권으로 떠납니다.
운전면허가 필수재라곤 할 수 없습니다만. 일단 있으면 차를 사든, 렌트를 하든,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든, 무조건 선택의 폭은 넓어집니다. 설령 장롱면허가 된다고 한들, 누군가에겐 이조차 ‘스펙’이 됩니다.
그렇기에 제안합니다. 지역 거주민이라면 누구나 무상으로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소득층만 따로 수강료를 지원해도 좋고, 내일배움카드 적용 항목으로 넣어도 괜찮겠습니다. 지역 주민만 아니라 불황인 면허 학원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지하철이 없는 도시, 버스를 하염 없이 기다려야 하는 도시에서 사는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자구책을 지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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