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에서 연결로: 사회적 연대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접근
우리 사회는 과로와 번아웃, 고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리적 가난 외에도 고립과 소외가 사람들의 정신을 가짜 뉴스와 극단화에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효율' 위주의 사고방식은, 개인의 입장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출산이나 돌봄, 결혼을 기피하게 만들었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도움, 사회에 대한 기여를 희귀하게 만들었습니다. 긴 노동시간에 따른 피로, 소비 아니면 남에게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 각자도생의 시대의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 정부는 물리적 소득의 배분 외에도, 인정과 존경의 배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정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우선 새 정부의 주요 과제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시간을 마련하면 어떨까요? 각자 선택한 관심사에 따라 1개 이상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만약 정부가 일종의 랜덤 매칭 대화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어떨까요? 만약 지역의 모임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모임 운영자를 교육하고, 인증을 시행하고, 표준적인 규칙을 지원하면 어떨까요? 관심사‧연령‧지역에 따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면 어떨까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제안이 바로 '국민 재충전시간제'입니다.
1. 추진 배경
현재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사회적 고립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 기준 사회적 지지 최하위(38위),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19세 이상 국민 5명 중 1명이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립 현상은 세 가지 주요 환경 변화에서 기인합니다. 첫째, 알고리즘 기반 온라인 환경이 필터 버블을 형성하고 독성적 소통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둘째, 효율성과 성과 중심의 사회 문화가 감정과 관계의 가치를 경시하며 사회적 돌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셋째, 1인가구 증가와 불안정한 노동구조, 장시간 근무로 인해 기존 가족·직장 관계구조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도가 27.7%(2019)에서 34.1%(2021)로 급등한 후 2023년에도 33%를 유지하고 있으며, 60세 이상은 41.5%에 달해 심각성이 더욱 큽니다. 청년층도 예외가 아니어서 19-39세 청년 중 54만 명(5%)이 극단적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극단주의와 혐오범죄의 증가가 고립된 개인들이 소속감과 정체성을 제공하는 극단적 집단에 쉽게 끌린 결과일 수 있다는 점,
외로운 개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된다는 점,
사회적인 신뢰가 저하되면서 양극화와 갈등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2. 정책 제안: RE:Connection (재충전시간제)
본 정책은 노동시간 단축분을 재충전 시간(안식년 등)으로 전환하여 국민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적 연결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적 접근법입니다.
2.1 핵심 구조
전 국민이 관심사에 따라 4개 트랙 중 선택하여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 건강 트랙: 심신 재정비, 치료, 여행을 통한 개인 회복
- 관계 트랙: 가족 간병, 육아, 세대 간 연결 활동
- 역량 트랙: 대학·직업교육, 재자격 취득, 창작·취미 활동 (실업급여 연계)
- 사회 트랙: 장기 모임 운영, 지역 문제 해결 활동 (일부 소득 보전 : 시범적 기본소득 등 시행)
2.2 구체적 실행 방안
ㅇ 노동시간 재설계: 기존 일부 직군에 적용되는 안식년 개념을 안식월·안식주로 세분화하여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참여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ㅇ 연결 살롱 운영: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가진 시민들의 일회성 대화 모임을 정부가 주선하여 창의적 발상과 상호 이해를 촉진합니다. 초기에는 사회 저명인사 간 살롱을 개최해 긍정적 관심을 유발하고, 점차 일반 시민으로 확대합니다.
ㅇ 장기 모임 지원: 사회 트랙 참여자들이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받아 각 트랙별 관심사 모임을 운영하도록 하며, 정부는 매칭, 플랫폼 제공, 퍼실리테이터 교육, 안전 관리 등의 지원 역할을 담당합니다.
3. 추진 전략
단계적 시행을 통해 정책 효과를 검증하며 확대해 나갑니다. 우선 참여를 원하는 기업, 자영업자, 예술인, 특정 연령층, 무직자 및 비정형 노동층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정신·신체 건강 개선 효과를 측정합니다.
계층별 맞춤형 메시지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보수층에게는 가족 돌봄과 건강 회복을, 진보층에게는 자율적 삶과 노동 해방을, MZ세대에게는 자기계발과 삶의 재설계 기회를, 기업에게는 순환형 노동시장을 통한 유연성과 창의성 확보를 강조합니다.
4. 기대 효과
ㅇ 보건 비용 절감: 고립과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 자살, 중독 관련 의료비 감소
ㅇ 사회 자본 강화: 정치적 분열 완화, 정책 갈등과 재난 대응 비용 절감, 공동체 자발성 향상을 통한 거버넌스 효율성 증대
ㅇ 경제적 파급효과: 평생교육과 직무 재훈련을 통한 기술 전환 가속화, 번아웃 회복과 창의성 증진으로 인한 이직률 감소
ㅇ 사회 통합: 돌봄 시간 확보를 통한 세대 간 관계 회복, 고립층 사회 복귀 지원, 포용적 태도 확산
5. 결론
"쉬는 것은 낭비가 아닙니다. 쉬는 것은 우리가 더 멀리 가기 위한 국민적 리셋입니다."
국민 재충전시간제는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을 넘어 사회적 연결과 신뢰를 회복하는 21세기형 사회 시스템입니다. 개인의 경제적 생존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소속감, 인정이라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책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정책을 통해 고립의 시대에서 연결의 시대로 나아가는 사회적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순전히 시장 가격으로 교환 가능한 것으로만 측정되었던 '효율성'의 개념에 질 높은 돌봄, 관계, 신뢰의 차원을 더하고,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융합을 통한 생산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여 미래 시대의 혁신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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