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는 환경위생 전문가가 아닙니다.
간호학과 교육과정 어디에도 공기질 측정, 급식소 위생관리, 해충 방역, 수도시설 점검과 같은 환경위생 관리 전공과목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환경위생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환경위생 업무를 보건교사에게 무분별하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법령상 ‘환경위생’이라는 용어가 단순히 직무 항목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실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지극히 비논리적이며 행정 편의적인 해석입니다.
그 논리가 맞다면, ‘건강’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모든 법령과 행정은 보건교사가 전담해야 합니까?
보건교사의 역할은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환경으로 인해 학생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경우’ 대응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환경 위생 문제로 장염 증상이 발생하거나, 공기질 이상으로 호흡기 질환자가 다수 발생할 경우 학생의 건강을 돌보는 역할은 보건교사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 환경을 측정·관리·감독하는 것은 보건교사의 역할이 아닙니다.
마치 의사가 환자 상태를 진단할 수는 있어도, 수돗물 필터를 교체하거나 천장 곰팡이를 제거하진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생활안전부장이 학생 안전을 담당한다고 해서, 정기적으로 학교 울타리 점검하고 전기 누전 확인하라고 지시합니까?
당연히 안 하죠. 시설과 안전은 별도 책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보건교사에게만 이토록 당당하게, 공기질 점검하라, 소독관리하라, 급식위생 통제하라며 요구합니까?
교육청에서도, 병원에서도, 보건소에서도 보건장학사나 간호사, 의사에게 환경위생 업무를 맡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학교에서만, 보건교사에게 이런 업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입니까?
보건교사는 국가 의료인 면허를 보유하고, 임용시험을 통과해 선발된 ‘학생 건강관리 전문 인력’이자 교사입니다.
환경위생의 전공자도 아니고, 시설의 책임자도 아닙니다.
보건실에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면, 그 의사에게도 ‘학교 방역 확인하고, 냉난방기 청소 일정 챙기라’고 지시하겠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겠죠. 그런데 보건교사에게는 왜 그렇게 요구합니까?
이제는 말해야 합니다.
‘환경위생’이라는 단어 하나를 근거로 전문성을 무시하고, 교사의 본업을 왜곡하는 구조를 중단해야 합니다.
학교 환경위생의 총괄은 행정실 혹은 학교장이 지정한 외부 환경위생 관리자가 담당해야 합니다.
보건교사는 학생의 건강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며, 본연의 전문성과 교육권을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학생 건강권 보호, 그리고 책임 있는 교육 행정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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