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30년 넘게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통받아 온 환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이 질병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삶의 모든 영역을 갉아먹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피부의 가려움, 진물, 감염, 통증은 말할 것도 없고,
불면증, 우울증, 자존감 저하, 사회적 고립, 대인기피증으로까지 이어져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경험을 수없이 겪어야 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듀피젠트(두필루맙), 린버크(우파다시티닙) 등 새로운 표적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현실에서 너무 먼 이야기입니다.
이 약들을 급여 없이 처방받으려면 월 80~100만 원, 연간 1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만 합니다.
대다수의 환자에게 이는 치료 불가능을 뜻합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1. 현실과 동떨어진 산정특례 기준
현재 신약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려면 EASI(아토피 중증도)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전신 면적과 증상 강도를 함께 반영하기 때문에
팔, 다리, 얼굴, 사타구니 등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주요 부위에 중증 아토피가 있어도, 전신에 퍼지지 않았다면 중증 환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증상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2. 부작용이 심한 약을 먼저 써야 하는 ‘역전된 치료 순서’
또한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선,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최소 3개월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약들이
✅ 간·신장 기능 저하
✅ 면역 억제로 인한 감염
✅ 고혈압, 골다공증, 부신기능저하
✅ 피부 위축, 여드름, 안면홍조 등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부작용 때문에 약을 중단하게 되고,
그러면 다시 아토피가 심해지고, 다시 면역억제제를 쓰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병을 낫게 하려고 시작한 치료가, 결국 또 다른 병을 부르는 구조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 듀피젠트, 린버크 등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해주십시오.
•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해주십시오.
• EASI 중심의 산정특례 기준을 현실화해주십시오.
• 주요 부위의 중증도, 삶의 질 저하 등을 반영한 평가 방식으로 보완이 필요합니다.
•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제 선사용 조건을 삭제하거나 유연하게 적용해주십시오.
• 부작용을 감수해야만 신약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비상식적입니다.
•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신약을 급여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주십시오.
•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장의 전문의입니다.
• 의사가 보기에 해당 환자에게 신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 마련이 시급합니다.
•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약가 지원 제도 마련을 검토해주십시오.
아토피는 생명을 단번에 앗아가진 않지만, 하루하루를 무너뜨리는 병입니다.
치료제가 있음에도 비용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면, 그것은 환자에게 치료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국민의 건강은 ‘치료할 수 있는 권리’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권리가 형식적 기준과 재정 논리에 막히지 않도록,
현실적인 기준,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제도, 현장의 의학적 판단을 신뢰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아토피 환자에게도 ‘살 권리’와 ‘치료받을 기회’를 보장해주십시오.
그것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의료를 약속한 나라의 책임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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