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대선 공약 중 연대관계등록제를 보고 참 괜찮다 생각했는데 이번 대선 공약이나 최근 논의되는 정책들에서는 빠져 있어서 다시 제안합니다.
<생애주기별 외로움 정책에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보호/보장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비혼, 미혼, 사별, 이혼 등 어떤 이유에서건 1인가구는 청년층에서도 노년층에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서 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1인가구는 서울시에서는 이미 전체 가구의 40%를 넘었고 계속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미 생애의 어떤 시기에건 짧게 혹은 길게, 어떤 경우에는 평생 1인가구로 사는 것이 뉴 노멀이 되었고, 따라서 앞으로의 인구 정책은 1인가구를 일시적, 예외적이 아닌 기준 단위로 보고 만들어져야 합니다.
여러 지자체에서 ‘사회적 가족’에 대한 조례를 통해 외로움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껏해야 공유주방, 모임 지원 정도에 불과하고, 실제로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큽니다. 세대마다 1인가구들이 겪는 어려움과 필요한 지원이 다른데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은 찾기 어렵습니다. 공약집에 있는 사회활동 참여, 상담 지원 등은 필요한 정책이긴 하지만 지자체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에서 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 외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1인가구의 외로움은 지자체나 기관에서 제공하는 행사나 모임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족이나 동거인이 없어서 외로운 사람들에게 생활동반자법 같은 정책 역시 대안이 되지 않습니다. 동거인에 대한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없던 동거인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근본적인 대안은 혼자 살면서도 외롭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생활의 여러 국면들을 함께 하며 언제든 서로 기댈 수 있는 뒷배와 같은 관계이지만 같이 살지는 않는, 즉 그 관계가 가족이거나 동거 공동체가 아닌, 소위 이웃사촌 같은 관계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그것이 실제로 1인가구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연대/관계망이기도 합니다. 이를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생활동반자법도, 공유주거도 아닌 연대관계등록제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사람과 같이 살거나 따로 살거나, 혼인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거나 할 권리가 있습니다. 누군가와 가족이 될 권리도 있고, 가족이 아닌 형태로 가까운 관계를 맺을 권리도 있습니다. 반드시 혼인이나 동거, 생계를 함께하는 등의 형태로만 관계를 맺을 이유는 없고, 실제로도 이미 많은 1인가구들은 서로, 혹은 다른 형태의 가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혼인이나 혈연을 전제로 한 관계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은, 심지어 새롭게 도입하려는 생활동반자법조차도 동거나 생계를 함께 하는 등의 조건을 달려는 것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입니다. 실제로 생활동반자법의 모태가 되는 서구의 시민결합 제도들은 1인가구의 증가보다는 혼인 외의 동거 관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십년 된 정책이고,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외로움 정책은 가족으로 수렴하는 것이 아닌, 가족 바깥의 관계들에 대한 인식과 지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가족/생활동반자’와 ‘고독한 1인가구’의 양자택일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연대들을 인식하고 지원해서 보다 다양한 사회적 연대가 풍성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외로움 대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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