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역중소방송의 공공적 역할과 위기
지역중소방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공동체 참여를 촉진하는 공공재적 매체입니다. 이들은 지역 고유의 문화와 목소리를 보존하고, 여론 독과점을 방지하며 언론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정보·문화 생산 구조를 분산시키는 기능을 통해 국가 균형 발전에도 기여합니다.
그러나 최근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이들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OTT와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 광고 시장 재편 등으로 전통 방송 광고 수익이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중소방송은 수익 다각화가 어려워 타격이 더욱 큽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지상파 광고비는 약 42% 감소했고, 지역중소방송사 광고 판매액은 47.8% 줄었습니다. 2024년을 보자면 지역 MBC 16개사 중 15개사, 지역민방 9개사 중 6개사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상황은 위태롭습니다.
광고 결합판매 제도는 전체 지상파 방송광고의 축소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재정난은 프로그램 질 저하와 인력 유출로 이어져 지역중소방송의 공적 책임 수행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한 예측 가능한 재정 기반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는 별도 기금 조항이 없어, 매년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 방송발전기금 일부를 사용하는 불안정한 방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당 연 1억~1억5천만 원 수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2. 정부광고 독점 구조의 한계와 지역 매체 배제
2023년 기준 정부광고 방송매체 수수료 수입 306억원 중 방송 매체를 지원하는 금액은 32억원(10.5%),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 전체 진흥 사업비(553억원) 중 5.8%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지원 구조는 실질적인 지역중소방송의 경쟁력 제고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현실의 배경에는 정부광고를 독점적으로 대행하고 있는 언론재단의 구조적 문제가 존재합니다.
언론재단은 2023년 기준 약 1.3조 원 규모의 정부광고 예산을 독점적으로 집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 효율성 모두에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2024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정부광고비의 81.9%가 전국지에 집중되었고, 지역지는 18.1%에 그쳤습니다. 방송 매체 집행 상위 20개사 가운데 지역 방송사는 단 한 곳 뿐이라는 점은 매체 선정 기준의 불투명성과 구조적 편향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ABC 부수공사 활용 폐지와 정부광고지표 열독률 조작 등으로 인해 매체 선정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수수료의 사용 측면에서 그 효과성 또한 의심받고 있습니다. 방송 매체 지원이 32억 원에 불과하다고 하여,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역신문 지원이 크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정부광고 규모가 계속적으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발전기금은 2005년 250억 원에서 2025년 85억 원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이는 정부광고 수수료가 공적 미디어 다양성 확보라는 원래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독점 구조의 폐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언론재단의 정부광고 대행 서비스는 2019년 자체 정부광고 대행서비스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67.7점을 기록했으며, 이는 2017년의 87.2점에서 급락한 수치입니다. 국정감사에서는 “단순 통행세만 걷는 구조”, “중개자 역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광고 바꿔치기, 국가계약법 위반 등 관리 부실과 비리 문제도 이어졌습니다. 이는 경쟁이 없는 구조가 초래한 예견된 결과이며, 국민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 실질적 대안 : 정부광고 분리 대행과 지역중소방송지원을 위한 별도 기금 조성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정부광고 대행 업무의 ‘분리’입니다. 정부광고 분리 대행은 이재명 정부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정부광고 독점 대행 제도 개선’의 핵심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 역시 지역·중소방송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광고 수수료 배분 합리화와 언론재단의 독점 해소를 제안한 바 있으며, 이훈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광고법 개정안에는 분리 대행과 기금 설치가 명시되어 있어 정치권 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방안을 요약하자면 방송 및 통신 매체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인쇄 및 옥외 매체는 언론재단이 맡도록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각 기관의 전문성을 살리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리 대행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닙니다. 정부광고 집행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지역중소방송을 위한 실질적 재정 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적 전환입니다.
나아가 지역중소방송을 위한 별도 기금 조성은 패러다임 전환이기도 합니다. 지역중소방송사를 존폐의 위기에 놓인 개별적 지역 기업이 아닌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핵심 공공재로 인식하는 작업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고,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다가서려는 중요한 정책입니다.
지역중소방송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현장입니다. 정부는 이제 공적 자원인 정부광고 수수료를 통해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여론의 다양성과 지역 공동체를 지켜내야 합니다. 정부광고 분리 대행과 기금 조성은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댓글 -
정렬기준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