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
이제는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 풀어야 할 문제
1. 제안의 배경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과정에서 “수도를 세종으로 옮기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수도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넘기 힘든 ‘개헌의 장벽’ 처럼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헌법 어디를 찾아봐도 ‘서울이 수도’라는 조문은 없다. 헌법 제1조부터 제130조까지, 어느 조문에도 수도를 특정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런데도 “서울은 관습 헌법상 수도”라는 헌법재판소의 2004년 결정이 오늘날까지 수도 이전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할 때이다. 수도 이전 문제는 더 이상 헌법 개정의 문제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의 뜻과 입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며, 헌법을 오해한 채 스스로 길을 막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2. 현행 체계의 문제점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며 “서울은 관습 헌법상 수도”라고 판시했다. 이는 헌법 어디에도 없는 내용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결정이었다. 헌법은 성문 규범이며, 국민이 정한 조문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헌재는 이러한 성문헌법 주의 원칙을 어기고, 역사적 관행과 정치적 해석에 기댄 채 새로운 헌법 규범을 만들어 냈다. 이에 따라 수도를 세종 등으로 이전하려는 모든 논의는 ‘헌법 개정’이라는 정치적·법률적 장벽 앞에서 멈춰 섰다. 행정수도와 입법 수도, 사법 수도가 서로 떨어져 있는 비효율적인 국가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국민적 공감대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3. 법률로 해결
수도 이전은 반드시 헌법을 고쳐야만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헌법에 아무런 조항이 없으므로, 오히려 국회가 입법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려 있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법률로 수도를 정하거나 수도 기능을 이전하는 그것은 전혀 위헌이 아니다. 서울이 지금까지 수도로 기능해 왔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그것을 헌법으로 고정하는 것은 헌법의 본래 정신에도 맞지 않으며,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며, 수도의 위치 역시 국민의 뜻과 국회의 입법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4. 제안 내용
1)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이 아닌, 국회 입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예컨대 「신행정수도법」이나 「국가균형발전법」, 또는 새로
운 형태의 수도 기능 이전법 등을 통해 가능하다.
2) 헌법재판소의 2004년 결정은 학술적, 정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관습헌법”이라는 불확실한 개념에 기반한 결정은,
오히려 헌법 해석의 중립성과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
3) 정부와 국회는 공론화를 통해 수도 이전 논의를 현실화해야 한다. 헌법 논쟁에 갇히기보다, 실질적 필요와 국민 생활의
효율성에 맞춘 수도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5. 기대 효과
수도 이전 논의가 헌법 개정이라는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분산된 국가 기능을 통합함과 동시에 지방 분권이라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국민 행정 접근성이 향상된다. 입법을 통한 접근으로 국회의 권한을 정상적으로 행사하며, 국민의 주권을 존중하는 헌법 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
6. 결론
이제는 수도를 서울로 계속 고정해야 한다는 당위보다, 왜 수도의 기능을 옮겨야 하는지를 성찰할 때이다. 그리고 그 논의는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 풀어야 할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은 헌법에 대한 과잉 해석이다. 헌법이 말하지 않은 것을 말한 것처럼 여기고, 헌법이 막지 않은 것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 이전은, 이제 입법을 통해 실용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더 늦기 전에, 헌법이 아니라 국민과 법률이 길을 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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