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0년의 한국사회를 내다볼 때 가장 확실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은 수년 내로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되며, 2070년대에는 65세를 기준으로 노인부양비(65세 이상 인구/18-64세 인구)가 100%를 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전망입니다. 통계청은 50년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90세를 조금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지만, 통계청의 과소추계 편향을 감안하면 95세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백세 인생이 레토릭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오래 살게 된 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삶의 패러다임은 물론 노동시장과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합니다. 새 정부는 50년 후의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는 장기 비전과 중장기 정책방향에 관한 초당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비전 2070”을 수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5년간 국정운영의 목표를 담는 비전 2030과 20년 후의 목표를 담는 비전 2050 및 50년 후의 목표를 담는 비전 2070을 함께 수립하여 장기적인 정책 방향과 각 부문의 단기적인 정책을 조율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자문하는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하여 국책연구기관들은 물론 학계와 민간연구기관들이 논의과정에 폭넓게 참여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백세 인생이 보편화되는 장수 시대에 우리의 삶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하며, 어떤 분야에 어떤 개혁을 해야 할까요? 오래 살게 된 것이 은퇴 후 오랜 시간을 무위도식 하며 지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60세나 65세에 은퇴하여 30여년을 연금에 의존하여 사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활동적 노화”를 증진함과 아울러 연금수급개시연령의 기대여명, 즉 평균 연금수급기간이 20년이 넘지 않도록 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경향신문 2024.12.30; 2025.4.30). 구체적으로 70세의 기대여명이 20세가 될 2050년경까지 연금연령과 정년을 70세로 올리자는 것입니다. 경직된 연공급제를 직무급 위주로 바꾸는 노동시장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급속도로 변화하는 기술 발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과 훈련체제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시장 개혁과 인구정책이 별도로 논의되어 왔지만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AI 전환과 중장기적인 산업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과 데이터정책, 조세와 사회보장급여의 통합적인 개혁, 기후위기 대응을 포함한 에너지정책, 인력수급 정책 등도 함께 조율하며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본사회의 비전과 중장기 정책도,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 수용에 대한 중장기 정책도 이러한 종합적인 전망 속에서 고려되어야 합니다. 개별 분야별로 근시안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정권 또는 다수당의 변경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면 대한민국이 그동안 이루어낸 성과는 머지 않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장기 정책 수립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고려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50년후 인구구조에는 불확실성이 크지 않지만, 50년 후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가격과 위험성 등에 대한 예측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습니다. 제한된 정보와 불완전한 예측에 근거하여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조정해나갈 여지를 인정하면 첨예한 대립이 한층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정부가 수립하는 비전 2070의 중요한 내용들이 진영 간의 대립을 초월하여 최고의 지식과 지혜를 동원하여 이루어지고, 전문가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병기하되 향후 5년, 10년 주기로 재검토와 재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대한민국이 초고령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도약하는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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