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인 등 관인의 인영이 한글전서체로 되어있는 것은 잘못이므로, 바로잡을 것을 건의합니다.
1. 제안요지
현대 ‘대통령인’, ‘국무총리의인’ 등 적지않은 관인의 인영(印影)이 알아보기 어려운 한글전서체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28조에는 ‘관인의 글자는 한글로 하여 가로로 새기되, 국민이 쉽고 간명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전서체로 된 관인 및 공인은 법령에 어긋납니다. 이에 따라 ‘경기도지사인’, ‘행정안전부장관인’ 등 많은 기관의 관인 및 공인이 동 시행규칙을 준수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시행규칙의 근거인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을 공포한 데 쓰인 직인은 여전히 규정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으니, 다른 한글전서체 관인·공인과 더불어 하루속히 시정함이 옳습니다.
2.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
해당 시행규칙은 강행규정이 아니고, 한글전서체 관인·공인이 관행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령에 근거한 시행규칙에서 ‘국민이 쉽고 간명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고 규정한 만큼 모범적으로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 규정은 ‘관인의 글자는...국민이 쉽고 간명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이라고 되어있으면서 정작 관인·공인을 한글전서체로 한다면 법을 지키라는 말에 힘이 실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자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복잡한 것으로부터 모두가 알아보고 쓸 수 있도록 간결하게 바뀌어갔습니다. 이는 권력과 지식이 특정 소수집단의 독점에서 해방되어가는 역사적 방향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두가 쉽게 보고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한글은 권력과 지식을 모두에게 개방하고자 한 뜻이 담겨있기에 위대합니다. 하지만 한글전서체는 이러한 역사적 물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권위적인 서체입니다. 따라서 국민주권국가인 민주공화국에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한글전서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적인 측면에서도, 현재의 한글전서체는 단순히 한글의 획을 이리저리 꼬아서 만든 것에 불과하므로 한글의 아름다운 본 보습을 해치고 있습니다.
한글전서체가 위조방지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문서의 진위는 정당한 절차와 권한의 의해 문서가 작성되었는지에 따라 판정하므로, 더 이상 인영만으로 문서의 진정성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28조가 개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많은 관인과 공인이 제작되어 사용중입니다.
사용연한을 들어 당장 교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대통령인’은 박정희 정권때 상아(象牙)로 제작되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매우 오래 되었거니와, 결정적으로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에 의해 법률적 내구연한은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계속 쓰는 것이 법령에 어긋나며, 한글 창제취지를 거스르며, 국민주권 민주공화국의 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교체로 인한 예산 및 실무 문제는 매우 사소한 것에 불과합니다.
3. 개선방안
‘대통령인’을 새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관인·공인을 전수조사하여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28조 준수를 촉구하여야 합니다.
4. 기대효과
관행적으로 한글전서체 관인·공인을 쓰는 법령 위반상태를 최고 행정기관 관인 교체를 통해 일거에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미 많은 기관에서 신규 제작 관인·공인은 물론 기존 관인·공인을 바꾸었지만 아직도 한글전서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최상급기관의 관인이 교체되지 않은 탓이 큽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모범적으로 준법을 실천하는 상징적 조치로 한글전서체에 대한 시정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권위주의적 문화의 잔재를 청산하여 국민주권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더욱 드높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행정기관의 다른 권위적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는 민간에도 파급되어 사회의 권위주의를 반성하고 민주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창제취지를 일깨우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며, 아울러 헌법이 정한 문화국가원리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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