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데몬헌터스>, 범접, 송소희 등등… 한국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이 여느때보다 확실하게 증명된 오늘입니다. 하지만 그런 전통 소재를 써보려고 해도 제대로 된 자료집을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서양문화권은 그런 자료를 찾는게 용이하더군요. 시대별 건축양식, 의복의 변화와 디테일, 문양과 패턴 등등, 찾으면 저작권이 만료된 아주 옛날 자료들부터 시작해서 당장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요즘 자료집까지 무척 풍부합니다. 외국 유명 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세하게 소장품을 볼 수 있는 경우도 많구요.
반면 한국 전통 소재를 정리해둔 책을 찾으려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만든 책들이 있으나 너무 가격이 비싸거나 판매처가 없거나 절판이 되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고, 박물관 홈페이지에 정리된 디지털 문양 자료들이 있긴 하나 도형적으로 너무 불완전하고 의미 설명이나 정리가 미흡해서 콘텐츠 제작을 할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내 우수한 박물관들 소장품과 기획들의 퀄리티에 비해 자료가 너무 없습니다. 혹은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간혹 텀블벅이나 와디즈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들이 있으나 많은 경우 전문성이나 퀄리티가 떨어지고 일시적으로밖에 구할 수가 없어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우리 문화를 가지고 우리가 문화콘텐츠를 꽃피우려면, 한국 전통 문화 전반의 자료들을 집대성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복식, 문양의 정확하고 도형적인 정리(영어에는 ornament라는 개념과 분야가 있어 기하학적으로 온갖 문화유산에서 발견되는 문양과 패턴을 당장 가져다 쓸 수 있는 자료로 정리해둔 책들이 많습니다. 우리도 있어야합니다.), 각종 장인들의 기술과 스타일을 정리한 문헌(배첩장, 갓제작장인, 자수 장인 등등), 중요한 건축물들의 양식 정리 등등… 지금까지 발간된 책들로는 너무 정리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스토리의 집대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반도와 관련이 있는 설화, 민담, 전설, 전래동화, 옛이야기 등등 검색하기도 찾기도 쉽지 않은 자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래동화 같은 건 특히 어린이들의 전유물처럼 되어 눈높이를 너무 낮춰 참고하기 민망한 책들도 너무 수두룩하고요. 이야기처럼 인간의 마음을 원초적으로 건드는 요소는 없습니다. 모든 콘텐츠의 기초가 되지요. 언제까지고 웹툰작가 개인들이나 소설가들에게만 스토리 산업을 위탁할 게 아닙니다. 이야기만큼 강한 힘을 가진 소프트파워는 없으니 그만큼 중요합니다.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자손들이 제대로 물려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모든 박물관을 찾아다니고 희귀한 자료를 필요한 만큼 들여다보며 개발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또 이런 자료를 제대로 정리한다는 게 당장 판매될 게 보장이 되어 출판사들이 자진해서 할만한 프로젝트도 아닙니다. 국가 차원에서의 문화자료 집대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꼭 고려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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