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교육부의 많은 정책들이 학교 현장과 괴리된 채 시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사의 생활지도, 교육과정 운영, 교권 보호, 업무 경감 등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현장감이 없다”는 반응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인력 구성에서 비롯됩니다.
교육부는 국가의 교육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이지만, 실제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다수의 인력은 교육행정직 공무원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교사 자격이 없거나 교단 경험이 없는 행정고시 또는 일반 행정공채 출신입니다. 교사 출신 인력이 장학사나 파견 교사 등의 형태로 교육부 업무에 참여하긴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한시적·보조적 역할에 머무르며 정책 설계 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결국 현장은 정책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아니라, 그 정책을 받아서 ‘시행’만 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최근 벌어진 수행평가 논란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모두가 “수행평가가 과도하고 공정하지 않다”,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암기식·과제식 수행평가는 지양하겠다”는 식의 형식적 개선만을 발표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수행평가의 형식이 아니라, 평가의 양, 질, 구조 전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방향을 잘못 잡은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교육부 내 정책 설계 구조에 교사 출신의 실질적인 참여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반복적 오류입니다.
정책이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교육 현장의 복잡성과 교사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교권 침해를 막겠다며 교원지위법을 개정해도 정작 현장에서는 교사가 민원에 노출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라고 하면서도 실제 수업 시수나 평가 방식은 변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정책은 결국 교사에게 또 하나의 행정 부담만을 남기고 맙니다.
이제는 교사를 단순한 정책 수용자가 아니라, 정책을 함께 설계하고 책임지는 동반자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정책 설계 구조에 실질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우선, 일정 교직 경력과 역량을 갖춘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정책 설계 분야에 한정된 **‘교육행정직 특별채용 제도’**를 신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고시나 일반공채 외에도, 현직 교사 중 교육정책에 관심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교육부 또는 산하기관에서 정식으로 정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합니다. 단기 파견이 아니라, 정식 인사로 전환 가능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또한,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정책 전문 연수과정’을 국가 차원에서 운영해야 합니다. 정책 기획, 법령 해석, 예산 기획, 행정 절차 등 실질적인 정책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이수자를 정책자문단, 산하기관, 연구기관 등에 우선 배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교사의 정책 역량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일정 평가와 연수 이수 등을 통해 ‘교사→행정직 전환 경력 트랙’을 공식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존의 행정직 공무원 선발 제도는 교직 경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현직 교사는 구조적으로 정책 설계자가 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교육경력자를 위한 별도 전형을 마련하면, 현장의 경험을 행정조직 안에서도 살릴 수 있고, 장기적인 정책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들이 도입된다면, 교육정책은 현장 중심으로 설계되어 실효성과 수용성이 높아지고, 교사들의 행정적 피로와 정책 불신도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정책을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교사가 많아지면, 정책과 실천의 간극이 좁혀지고 교육의 본질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교육정책도 그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 위에 설계되어야 합니다. 교사만큼 교육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해온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이 정책을 함께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교육도 함께 살아날 수 있습니다. 교사 출신이 정책설계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특별채용과 경력전환 제도를 꼭 도입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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