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4월 중앙정부 차원(내무부)에서 자전거정책을 추진한 지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이용정도를 나타내는 자전거교통수단분담률은 오히려 3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1990년 2.8% ⇨ 2020년 1.4%). 우리나라의 자전거정책은 생활과 교통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다. 자전거를 가지고 건강이나 여가를 얘기하면 마치 정책과는 괴리된 생각을 가진 이단아로 인식되곤 했다. 그것은 자전거전문가로 불리는 그룹이 오로지 교통 분야 학자나 연구자로 구성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전거는 교통은 물론 건강, 환경, 여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역할을 인식하고 접근하여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이것이 정책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4월 12일 제72차 유엔총회에서 ‘6월 3일을 세계 자전거의 날(International World Bicycle Day)로 선언하는 결의안’이 193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결의안 채택의 배경으로 자전거가 발명된 이후 2세기가 지나는 동안에도 ‘사람의 힘으로 움직인다’는 자전거 본래의 고유한 성질(uniqueness)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길고(longevity), 다양한 역할(versatility), 단순성(simple), 경제성(affordable), 신뢰할 수 있고(reliable), 깨끗하고(clean) 친환경적으로 (environmentally) 지속가능한 교통수단(sustainable means of transportation)에 적합함을 인정하고 환경보호와 건강(environmental stewardship)을 촉진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자전거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기준을 알 수 있다.
이어서 2022년 3월 15일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중교통 시스템에 자전거 통합’을 의결하였다. 대중교통시스템에 통합된 자전거는 보다 효율적이고 저공해 교통수단으로 도시계획과 품질, 신뢰성, 지속가능성 및 복원력이 있는 인프라의 개발에 의해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것에 더하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정부들에서의 정책들에 대한 반성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자전거에 대한 인식을 위한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 새로운 정책을 지속가능하게 추진하기 위해 제도마련 등의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자전거혁명으로 부르고 싶다. 아울러 자전거혁명은 교통, 에너지, 환경, 건강, 여가 등을 아우르는 ‘국민의 삶의 질’이라는 미래지향적이고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다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1) 국제적인(유엔)기준의 자전거 역할에 대한 이해
2) 2004년 이후 지방사무로 이관된 자전거업무의 국가사무로 전환
3) 국가 및 지방정부단위의 종합적인 자전거정책추진을 위한 상설기구 설치
(사례 : 일본 국토교통성의 자전거활용추진본부 설치 등)
4) 선진 자전거정책도입을 위한 자세 전환(전시효과를 위한 모방이 아니라 과정을 이해)
5) 생활 또는 생존수단으로서의 자전거교육을 위한 체계구축과 투자(정부차원에서)
(독일 자전거면허증, 영국 수영수준의 자전거교육, 미국 SRTS지원범위 고교까지 확대 등)
6) 정부(지방자치단체포함)와 민간이 상호보완적 역할 제고를 위한 방안 강구
7) 현행 자전거법 폐지와 시대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자전거법 제정
8)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자전거소관부처에 대한 검토(교통부문으로 전환)
자전거이용인구 1,5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자전거는 교통은 물론 건강, 여가, 여행, 산업, 환경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 이라는 근본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더구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민들이 참여할 수 수단으로서 자전거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도 세계적인 추세이다. 자전거는 단지 자전거일 뿐이라는 지난 30년간 이어온 정부와 지자체의 고루한 인식에서 벗어나 자전거정책에 있어서도 세계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댓글 -
정렬기준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