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25년 3월 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노송상거리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유족입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버스공제조합의 횡포에 밤잠을 설치다 이렇게 민원을 넣게 되었습니다.
사고내용은 파장사거리 방향에서 이목사거리 방향으로 황색점멸등 신호에 과속(시속 26km/h 초과)으로 직진하던 버스가, 북수원차량매매단지에서 파장사거리로 적색점멸등에 일시정지 후 좌회전하던 포터Ⅱ 차량을 충돌한 사건입니다.
제 아버지는 포터차량 조수석에 타고 계셨고, 사고 직후 아주대학교 외상센터로 급히 이송되셨습니다. 의료진은 아버지의 뇌손상이 심해 수술도 불가능하고, 뇌에 계속 출혈이 일어나며 부분부분 죽어 있어 기적이 일어나도 식물인간일 것이며 사실상 뇌사 상태라 했습니다. 아버지가 이대로 돌아가실 거라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매일 중환자실 면회를 갔고, 이틀에 한 번꼴로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에 달려가 마지막 인사를 반복했습니다.
의료진은 동공 반응도 없고 자가호흡도 되지 않아 기계호흡 중이며, 혈압도 불안정해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다 했습니다. 연명치료는 의미가 없다며 서명을 요구했고, 12살 막내동생도 서명해야 했습니다. 저는 동생을 끌어안고 “네가 아빠를 돌아가시게 하는 게 아니야”라는 말을 되뇌었습니다. 사실 그건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의식 없이 일주일을 누워 계시다 3월 12일 새벽 3시 20분경 숨을 거두셨습니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각종 문제를 처리한 후 경찰로부터 사건처리결과통지를 받았습니다. 사고원인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고내용은 과속에 의한 사망사고로 버스기사를 수원지방검찰청으로 송치했다고 했습니다. 3월 4일 사고 후 약 3개월간의 수사 결과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운전자가 아닌 조수석 탑승자이므로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버스공제조합은 정확하고 공정한 손해 산정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소송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알지만, 저는 아직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세상물정도 잘 모릅니다. 소송은 복잡하고 어렵고 낯선 과정입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 시간 동안, 저와 동생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저는 대학교 졸업반으로 한 학기만 다니면 졸업할 수 있지만 학업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고3인 둘째 동생은 아버지 사망 이후 대학을 포기하고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부습진에 시달립니다. 서빙하다 진상을 만났다며 웃지만 저는 눈물이 납니다. 친구들이 대학을 준비할 나이에 동생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언니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죄책감에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12살 막내동생은 ‘이제 집에 남자는 나밖에 없다’며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며 짐이 무거워도 괜찮다고 말하는 아이는 너무 일찍 철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간판업을 하다 코로나로 폐업하고 이혼 후 대리운전, 용접, 고독사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하셨습니다. 한때는 대표이사셨던 아버지가 대리운전으로 무시받고 청소일로 천대받는 모습을 보며 저는 빨리 취업해 도와드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그때 “아빠 힘들지? 내가 얼른 취업해서 호강시켜드릴게”라는 말을 못 했을까, 후회뿐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사업으로 생긴 빚으로 개인회생 중이고, 지금도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버스공제조합 홈페이지에는 보상기준이 명시돼 있으나, 그 기준대로 보상하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그 기준보다 더한 금액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보상기준은 단지 보여주기식입니까?
나무위키에는 버스공제조합이 공익법인이라며, 사고 피해 최소화와 손해 보장을 위해 존재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정말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사람이 죽었고, 경찰도 버스의 과속을 확인했는데,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채기를 내고 상처를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린 유족이고 생계가 급하니 터무니없는 금액에도 합의할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제발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는 세 남매의 사정을 헤아려 주시고, 최소한의 위로와 정의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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